구직여관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취업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원과 얘기하고 있다.
취업정보센터 구실…명문 여관은 입주경쟁률 100대1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극심한 중국에서 최근 ‘구직여관’이란 신종 서비스업이 번창하고 있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뒤, 대도시로 올라와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 저렴하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각종 취업정보를 알려주는 이 구직여관은 취업 기회가 상대적으로 넓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서 특히 인기다. 이런 곳에서 취업률이 높은 이른바 ‘명문 구직여관’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사시험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정도다.
구직여관의 숙박료는 가장 싼 게 하루 20위안(2400원 정도)이다. 방 하나에 10개의 침대가 놓여 있어 최대 10명까지 묵을 수 있다. 침대 수가 적을수록 숙박료가 올라간다. 얼핏 보면 한국의 고시원 같지만, 각종 편의시설이 중국의 웬만한 호텔 못지않다. 방마다 텔레비전과 에어컨, 정수기가 갖춰져 있고, 욕실과 화장실에선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온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들여놓은 피시방이 있어 누구나 공짜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구직여관은 주머니가 가볍고 대도시 물정에 어두운 외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각종 취업정보를 공유한다. 이력서를 잘 쓰는 방법에서 면접을 잘 보는 비결까지 다양한 취업의 지혜가 방을 넘나든다. 허난성에서 올라와 베이징 자금성 근처의 한 구직여관에 묵고 있는 장멍멍은 “베이징은 그래도 취업 기회가 많은 편이라 친구들과 함께 올라왔다”며 “구직여관은 숙박비가 싼데다 취업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직여관은 어지간한 취업정보센터에 버금간다. 상담을 통해 구직자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취업박람회가 열리면 구직자들을 버스로 실어나른다. 현관 게시판엔 각종 구인 광고가 빼곡히 붙어 있다. 일부 대형 구직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업들의 구인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벌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구직여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방을 얻으려면 대학 졸업증과 신분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지방에서도 유명 대학을 나온 이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자격을 얻는다. 취업률이 높은 구직여관의 경우 입주권이 암암리에 거래되기도 한다. 상하이의 한 유명 구직여관은 입주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직여관의 번창은 날로 심해지고 있는 중국의 취업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 413만명 가운데 30% 정도인 124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전망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베이징과 상하이도 구직자들로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올해 9월까지 중국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4.1%로 나타났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