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CCTV다큐 ‘강대국의 흥성’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최근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내보낸 다큐멘터리 ‘강대국의 흥성’(원제는 ‘대국굴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일본 등 15세기 이후 세계사를 주도했거나, 지금도 이끌고 있는 9개 나라의 흥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이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최초의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12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중국 교과서에 나오는 ‘대국=제국주의’라는 등식을 거부한다. 그보다는 의회, 의무교육, 언론의 자유 같은 이른바 ‘서구의 민주주의적 가치’에 존경심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국으로 가기 위해선 이들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암시를 내뿜는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약탈함으로써 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교리에 젖은 이들에겐 엄청난 파격이다.
미·영·프 등 9개국 성장 요인 재평가
“강국 야망에 기존 역사관 수정” 분석 이 프로그램은 영국의 흥기를 다루면서 의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런던의 의사당 건물을 비치면서 “의회의 통제를 받는 입헌 정부가 통치의 기반을 형성했다”고 평가한다. 시민들이 의회를 쟁취하기까지 벌였던 투쟁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붙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네덜란드에 대해선 주변 강대국에 맞서 일찌감치 민족국가를 형성하고, 불굴의 모험정신으로 해양시대를 개척했다고 칭찬한다. 독일 편에선 제국시대 황제들의 의무교육 시행과 학문에 대한 존중이 산업혁명의 후발주자를 세계 공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전제정치와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마르크스에 대해선 일절 언급도 하지 않는다.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의 이상을 퍼뜨려 근대 사회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한 프랑스 편에서도 파리코뮌에 대한 설명은 온데간데 없다. 미국 편에선 언론의 자유를 칭송한다. 자유로운 언론의 존재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 민권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담은 흑백 화면을 내보낸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국가 전체의 혁신 능력을 키웠다는 평가에선 미국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일본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2차대전의 폐허 위에서 지금의 번영을 이루게 된 계기를 서구의 제도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데서 찾는다.
대국의 흥기와 몰락을 함께 보여주는 러시아 편은 이 프로그램의 지향을 공공연히 암시한다. 옛소련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계획경제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파한다. 낡은 사회주의를 새롭게 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인데, 뒤집으면 중국의 개혁개방이 옳은 길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일부 관찰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강국으로 등장한 중국이 자신의 대국화를 위해 기존 역사관을 수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오화융 CCTV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그런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특별한 점과 공통의 가치를 보여준다. 핵심은 무엇이 역사를 실재로 만드는가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강국 야망에 기존 역사관 수정” 분석 이 프로그램은 영국의 흥기를 다루면서 의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런던의 의사당 건물을 비치면서 “의회의 통제를 받는 입헌 정부가 통치의 기반을 형성했다”고 평가한다. 시민들이 의회를 쟁취하기까지 벌였던 투쟁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붙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네덜란드에 대해선 주변 강대국에 맞서 일찌감치 민족국가를 형성하고, 불굴의 모험정신으로 해양시대를 개척했다고 칭찬한다. 독일 편에선 제국시대 황제들의 의무교육 시행과 학문에 대한 존중이 산업혁명의 후발주자를 세계 공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전제정치와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마르크스에 대해선 일절 언급도 하지 않는다.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의 이상을 퍼뜨려 근대 사회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한 프랑스 편에서도 파리코뮌에 대한 설명은 온데간데 없다. 미국 편에선 언론의 자유를 칭송한다. 자유로운 언론의 존재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 민권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담은 흑백 화면을 내보낸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국가 전체의 혁신 능력을 키웠다는 평가에선 미국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일본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2차대전의 폐허 위에서 지금의 번영을 이루게 된 계기를 서구의 제도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데서 찾는다.
대국의 흥기와 몰락을 함께 보여주는 러시아 편은 이 프로그램의 지향을 공공연히 암시한다. 옛소련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계획경제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파한다. 낡은 사회주의를 새롭게 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인데, 뒤집으면 중국의 개혁개방이 옳은 길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일부 관찰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강국으로 등장한 중국이 자신의 대국화를 위해 기존 역사관을 수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오화융 CCTV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그런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특별한 점과 공통의 가치를 보여준다. 핵심은 무엇이 역사를 실재로 만드는가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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