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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일대일로 ‘부채의 덫’ 비판에…중국 “아프리카국 빚 일부 탕감”

등록 2022-08-21 17:43수정 2022-08-21 17:59

왕이 “17개국 무이자 23건 탕감”
액수는 안 밝혔지만 크진 않을 듯

미 존스홉킨스대 2020년 보고서엔
중 1480억달러 대출, 34억 탕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제8차 장관급 회의 합의 이행 조정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제8차 장관급 회의 합의 이행 조정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아프리카를 ‘부채 함정’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아온 중국이 17개국이 지고 있는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외 팽창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처로 보이지만, 액수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제8차 장관급 회의 합의 이행 조정관 회의 연설에서 부채 탕감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이날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을 언급하면서 “높은 수준의 일대일로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중국 쪽은 2021년 말이 상환 만기인 아프리카 17개국의 대중국 무이자 대출 채무 23건을 탕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23건의 대출이 무엇이고, 액수가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중국-아프리카 협력 비전 2035’를 통해 보건·건강, 농업 발전, 무역 증진, 투자 진흥 등 9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왕 부장은 이를 언급하며 “중국은 말한 것은 반드시 실행한다”며 합의한 협력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이번 발표는 ‘일대일로’ 정책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부채의 덫’을 씌운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1990년대부터 중국에서 돈을 빌려온 아프리카 국가들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에 채무 상환 완화를 요구했다. 실제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20개국 등은 일부 채무의 상환을 완화해줬다.

중국이 이날도 부채를 탕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액수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왕 부장이 탕감 대상으로 지목한 ‘국가 간 무이자 대출’의 액수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 자금 대부분을 국가 간 무이자 대출이 아니라 국영 은행을 통해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출해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중국 아프리카 연구 이니셔티브’가 2020년 내놓은 보고서(중국 특색의 부채탕감)를 보면, 중국은 2000~2019년 아프리카에서 약 34억달러(약 4조5400억원·연간 탕감액 1억7000만달러)를 탕감했다. 이 보고서는 2000~2018년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나 국영 기업에 탕감액의 수십배에 이르는 1480억달러 대출 약정에 서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탕감이 이뤄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돈을 빌려 남부 함반토타에 큰 항만을 건설한 스리랑카가 올해 ‘국가부도’에 빠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스리랑카 국가 채무의 약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최근 스리랑카 항구에 해양탐사선을 보내는 등 의심스러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중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거액의 융자를 기반으로 진행하던 일대일로 사업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달라진 사업의 실례로 지난 7월 말 개통한 케냐 나이로비 공항과 도시 중심부를 잇는 고속도로(길이 27㎞)를 꼽았다. 이 사업에서 중국도로교량공정공사(CRBC)는 도로를 짓고 운영회사를 통해 27년간 통행료를 징수한 다음, 소유권을 케냐 정부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한국의 인천공항고속도로처럼 민자사업으로 도로를 만든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를 둘러싼 서구와 중국 간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등 3개국을 순방해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견제했다. 일본도 27~28일 튀니지에서 각국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해 8번째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8)를 진행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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