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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시민 숨통죄는 ‘언론 잡도리’…비판 언론엔 “썩은 사과”

등록 2021-12-30 16:53수정 2021-12-30 19:48

비판 언론 <입장신문> 자진 폐간 내몰려
폐간사서 “민주수호 홍콩 가치 지키려 했다”
중 관영매체 “반중 활동은 설 자리가 없어”
국제사회 “시민사회에 탄압에 충격” 개탄
30일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서 홍콩인들과 대만인들이 “광복 홍콩, 시대 혁명” 등의 팻말을 들고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비판 언론인 &lt;빈과(핑궈)일보&gt;와 &lt;입장신문&gt;의 잇딴 폐간으로 홍콩의 언론 자유는 사실상 사라졌다. 타이페이/AP 연합뉴스
30일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서 홍콩인들과 대만인들이 “광복 홍콩, 시대 혁명” 등의 팻말을 들고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비판 언론인 <빈과(핑궈)일보>와 <입장신문>의 잇딴 폐간으로 홍콩의 언론 자유는 사실상 사라졌다. 타이페이/AP 연합뉴스

2014년 ‘우산혁명’이 막을 내린 이후 창간돼 홍콩 시민사회의 입장을 대변해 온 인터넷 매체 <입장신문>(영문명 스탠드 뉴스)이 결국 폐간으로 내몰렸다. ‘간부체포-압수수색-자산동결’ 등을 통해 자진 폐간으로 몰아가는 과정은 홍콩 공안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끝에 지난 6월 스스로 문을 닫은 <빈과(핑궈)일보> 사태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입장신문>은 패트릭 람(34) 편집국장 권한대행 등 신문사 주요 간부가 무더기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9일 오후 4시께 검은 바탕화면에 흰 글씨로 작성된 공고문을 누리집에 올리고 자진 폐간을 선언했다. 홍콩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이어졌던 ‘우산혁명’이 성과 없이 마무리된 직후인 2014년 12월 창간된 <입장신문>은 30일 ‘창간 7주년’을 기념할 예정이었다. 신문은 폐간을 알리는 공고문에서 “2014년 창간 이래 <입장신문>은 독립자주, 민주수호, 인권과 자유, 법치와 공의 등 홍콩의 핵심 가치에 따라 비영리를 원칙으로 운영돼 왔다”며 “2021년 12월29일부로 운영을 중단한다. 그간 일관되게 지지해 준 독자들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경찰 보안법 전담 수사팀은 전날 오전 6시께 람 권한대행과 한달여 전 사임한 청푸이퀀(52) 전 편집국장 등 <입장신문> 전·현직 간부 등 7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체포했다. 청 전 국장의 부인은 지난 7월 홍콩보안법 위반(외세결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인 찬푸이만 전 <빈과일보> 부사장이다. 론슨 찬 <입장신문> 부국장 겸 홍콩기자협회 회장도 이날 아침 자택에서 경찰에 붙들려갔지만, 오전 11시30분께 조사를 마친 뒤 풀려났다. 홍콩 당국은 같은날 카오룽반도 퀀통 지역에 자리한 <입장신문> 편집국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고, 6100만홍콩달러(약 94억원) 규모의 신문사 자산도 동결시켰다.

홍콩 인터넷 매체 &lt;입장신문&gt;이 29일 누리집에 공고문을 싣고 자진 폐간을 발표했다. 입장신문 누리집 갈무리
홍콩 인터넷 매체 <입장신문>이 29일 누리집에 공고문을 싣고 자진 폐간을 발표했다. 입장신문 누리집 갈무리

경찰이 치밀한 사전 계획 아래 움직인 것처럼 <입장신문>도 ‘최악의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 주요 간부가 체포된 지 8시간만에 ‘발 빠르게’ 자진 폐간을 선언한 것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말 같은 처지였던 <빈과일보>가 자진 폐간한 뒤 기존 칼럼·기고문 등을 삭제하고 후원금 모집을 중단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홍콩 당국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존 리 정무사장은 비판언론을 ‘썩은 사과’와 ‘사악한 요소’ 등으로 표현하며, “누구든 법을 어기면, 평생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언론인이란 신분을 악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나 기타 이익을 위해 법을 어기거나, 특히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오염시키는 행태”라며 “직업 언론인이라면 언론의 자유에 진정한 해악을 끼치는 이같은 자들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하며 “언론자유란 미명 아래 반중 활동을 일삼는 행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입장신문> 사태는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에서 다원주의와 언론·논평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침식되고 있음을 새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홍콩 시민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역시 29일 밤 페이스북에 <입장신문>과 홍콩 시민사회에 지지의 뜻을 밝히는 글을 올리고, “중국 당국이 일국양제(한 국가·두 체제) 원칙을 훼손하고, 홍콩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다시 목격하게 돼 깊이 유감”이라며 ““세계 각국과 민주 진영이 홍콩의 정세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호소한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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