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0일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니콜라스 번스 신임 주중국 미 대사가 지난 10월20일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 하버드대 교수를 미-중 수교 이후 13번째 주중국 대사로 확정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번스 신임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에이피>(AP)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 상원은 전날 표결에서 찬성 75표 대 반대 18표로 번스 대사 지명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전임 테리 브랜스타드 대사가 퇴임한 지난해 10월 이후 공석이던 주중 미 대사 자리가 14개월 만에 채워지게 됐다.
올해 65살인 번스 대사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을 마친 뒤 1983년 미 국무부에 입부한 27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사 등을 지냈으며, 2005~2008년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으로 활동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번스 대사를 지명한 직후 중국 관영매체들도 “중-미 갈등 속장기간 공석이던 미국 대사 자리가 마침내 채워진다”며 각별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중국청년보> 등은 “번스 대사는 베테랑 외교관 출신으로 이전 정무직 대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력의 소유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정무직 대사가 ‘임명권자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하는 반면, 직업 외교관 출신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한다는 기대 섞인 분석으로 볼 수 있다.
실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주로 중국 전문가로 채워졌던 주중 미 대사 자리는 최장수 대사인 클라크 랜트(2001~2009) 이후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져 왔다. 랜트 전 대사의 뒤를 이은 존 헌츠먼(유타 주지사)·게리 로크(워싱턴 주지사)·맥스 바커스(연방 상원의원)·테리 브랜스태드(아이오와 주지사) 등은 모두 정치권 출신이다.
반면 번스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누구보다 현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쪽도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그가 이끄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딸린 벨퍼 과학 국제문제 연구센터가 ‘그림자 국무부’ 구실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이크 설리번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당시 벨퍼 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선거운동에 깊숙히 개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 격화 속에 번스 대사가 미국의 대중국 공세의 ‘선봉장’ 구실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원 인준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번스 대사의 현지 부임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번스 대사는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 중국에 대해 “21세기 미국과 민주주의 진영이 맞닥뜨린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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