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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미투 폭로 중국 테니스스타 영상 공개…미·영 “안전 입증하라” 공세

등록 2021-11-21 11:54수정 2021-11-22 02:38

관영매체 총편집인이 식사 장면 트위터 공개
중국 쪽 트위터에 사진도…“자유롭다” 주장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 펑솨이 안전 우려”
영국도 “당국이 안전과 행방 입증하라” 압박
조코비치·페더러 등 테니스 스타들도 우려
2017년 1월 호주오픈에 출전한 펑솨이. AFP 연합뉴스
2017년 1월 호주오픈에 출전한 펑솨이. AFP 연합뉴스

장가오리(75)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한테 성폭행당했다고 이달 초 폭로한 뒤 행방이 묘연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35)를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쪽은 동영상 공개로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의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20일 펑의 근황이라며 동영상 2개를 트위터에 올렸다. 하나는 마스크를 쓰고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일행과 얘기하는 장면이다. 후 총편집인은 영문으로 “펑솨이가 코치 및 친구들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 베이징 시간으로 토요일에 촬영된 게 확실하다”는 설명을 달았다. 영상 속 일행은 테니스 경기를 주제로 얘기했는데, 남성 참석자가 “내일이 11월20일”이라고 하자 여성 동석자가 “내일은 11월21일이고 일요일”이라고 바로잡는 대화도 했다. 펑은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앞서 중국 정부와 연결된 것으로 지목되는 트위터 계정에는 펑이 고양이를 안고 웃는 모습 등 사진 4장이 올라왔다. 사진이 올라온 뒤 후 총편집인은 “지난 며칠간 그는 집에서 자유롭게 지냈으며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곧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일정한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글을 띄웠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제작·배포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펑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안전하게 지내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스티브 사이먼 세계여자테니스협회 회장이 “비디오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가 억압이나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등의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20일 이 문제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그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입증 가능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펑의 안전에 대한 “입증 가능한” 근거를 원한다며 중국 당국이 그의 행방과 안전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성폭력 주장에 관한 철저히 투명한 조사”와 펑의 안전을 요구했다.

테니스 스타들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는 “펑의 소재와 건강이 확인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 쪽과의 계약을 끊겠다는 세계여자테니스협회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저 페더러는 <스카이 뉴스> 인터뷰에서 “펑은 우리 챔피언들 중 한 명이고 과거 세계 랭킹 1위였다. 매우 걱정된다. 안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펑은 이달 2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장 전 부총리한테 성폭행당한 뒤 지속적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장 전 부총리가 톈진에서 근무하던 2007년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했고 2012년까지 관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글은 몇분 만에 삭제됐으나 이를 캡처한 내용이 인터넷으로 퍼졌다.

펑은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1위에 올랐고, 2013년 윔블던대회에서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에도 3차례 출전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중국 정부는 이번 문제에 공식적인 반응이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18일에는 관영 국제 방송인 <시지티엔>(CGTN)이 펑이 쓴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메일 화면을 공개했다. 이메일은 성폭행에 대한 글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은 “집에서 쉬고 있고, 모든 게 괜찮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펑의 근황이 관영 매체쪽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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