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전직 최고 지도부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는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여서, 사건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3일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35)가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가오리(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지속해서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톈진 지역에서 근무하던 2007년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을 했고, 이후 2012년까지 그런 관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펑솨이는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날 오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계속 울었다”고 썼다.
2018년 은퇴한 장 전 부총리는 국무원 부총리로,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다. 7인의 상무위원회는 9천만 중국 공산당의 맨 위에서 중국을 이끄는 최고 우두머리 조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도 그 일원이다. 장 전 부총리는 2002~2007년 산둥성 당 위원회 부서기를 맡았고, 이번 의혹이 제기된 2007~2012년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았다.
펑솨이의 게시글은 올라온 지 몇 분 만에 곧 삭제됐으나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의혹이 퍼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 펑솨이와 장가오리의 이름은 물론, ‘테니스’라는 단어도 검색이 제한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펑솨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은 1600자가 넘는 장문으로, 펑솨이와 장 전 부총리의 첫 만남부터 이후 관계, 둘 사이에 이뤄졌던 대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와 함께 철학과 역사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바둑과 노래 부르기 등을 했다는 내용 등도 담았다. 그는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되더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썼다.
펑솨이는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1위에 오른 유명 선수로, 2013년 윔블던 대회에서 복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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