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앞줄 왼쪽에서 5번째)이 지난 1일 중국의 국경절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행진하는 경찰을 바라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12월 치러지는 홍콩 입법의원 선거에 최대 야당인 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1명도 출마하지 않게 됐다.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걸고 범민주 진영의 참여를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선거법이 개정된 이후 예상됐던 수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범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전날 오후 마감한 입법의원 선거 출마 희망자 신청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 쪽은 지난달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된 입법의원 선거 출마를 원하는 당원은 당 중앙위원회에 11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마틴 리 등이 주축이 돼 지난 1994년 창당한 민주당은 홍콩 범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민주당이 입법의원 등 공직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은 창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입법의원 후보자 출마 자격 사전 심사기구 신설과 행정장관 선거인단 구실을 해 온 선거위원회 확대·강화를 뼈대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특히 행정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인 국가안전위원회가 경찰 쪽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자의 ‘애국심’과 ‘준법정신’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심사위에 제출하도록 규정해, 범민주 진영의 출마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홍콩 당국발 ‘애국주의’ 열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이날 “교육국이 내년부터 홍콩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매일 중국 국기(오성홍기)를 게양하고, 주례 국기 게양식과 국가 제창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홍콩 교육국은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국가 정체성 배양은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자 의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 규정에 따라 내년부터 홍콩의 학교에선 ‘국가안보’가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될 예정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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