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편집인 등 간부 5명이 전격 체포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이른 새벽부터 홍콩 시민들이 신문 가판대 앞에 줄을 늘어서 이 신문 구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빈과(핑궈)일보> 발행인과 편집국장의 보석 신청이 기각됐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직 언론인이 구속·수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국·민주 성향 매체인 <빈과일보> 폐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은 전날 홍콩보안법 제23조 외세결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청킴훙 <빈과일보>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와 라이런 로 편집국장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홍콩보안법 제42조는 “피고인이 국가안보 위해 행위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공안당국은 이들이 “2020년 7월1일부터 2021년 4월3일까지 홍콩과 중국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수십편의 기사에 간여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내용은 대부분 논평과 칼럼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 당국자는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서 유통하거나 공유해서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홍콩 시민들은 18일 이른 새벽부터 가판대로 몰려 <빈과일보> 구매운동에 나섰다.
앞서 홍콩 경찰 보안법 전담 수사팀은 지난 17일 이른 아침 청킴훙 발행인을 비롯한 <빈과일보> 고위 인사 5명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또 경찰 500여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취재 내용이 담긴 컴퓨터 40대와 서버 16대 등을 대거 압수했다. 이 신문 편집국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은 지미 라이 창간 사주를 비롯한 경영진 9명을 체포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보안당국은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에 이르는 <빈과일보> 및 2개 계열사 자산도 동결시켰다.
현직 언론인의 구속·수감을 두고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줄을 잇고 있지만, 중국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쪽은 “사실만 보도했다면 걱정할 게 없을 것”이라며 이를 두둔했다. 홍콩 법원은 로이스턴 초우 <빈과일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한 3명은 체포 40시간여 만인 지난 18일 밤 10시께 보석으로 석방시켰다.
토머스 캘로그 미 조지타운대 아시아법률센터 소장은 <에이피>(AP) 통신에 “<빈과일보>는 물론 홍콩 언론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를 불법화한 홍콩 기본법(헌법 격)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보도 내용만으로 <빈과일보> 책임자를 구속기소한 것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으며, 이를 넘어설 경우 언제든 보안법에 따라 체포 투옥될 수 있다고 홍콩 언론인들을 위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도 “홍콩보안법이 언론사 경연진과 기자를 탄압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며 “위축효과에 따른 자기 검열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안팎에선 “(홍콩 반환 34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1일 이전에 <빈과일보>가 폐간될 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미 라이의 변호사인 마크 사이먼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아닌 당국에 최종 결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법원은 “압수품에 대한 분석조사가 필요하다”는 경찰 쪽 주장을 받아들여 청킴홍 발행인과 라이언 로 편집국장에 대한 첫 재판을 오는 8월13일 열기로 했다. 지난해 말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0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지미 라이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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