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에 치러질 홍콩 의회(입법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의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12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의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 61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했다. 예비선거 자체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 속에서도 주최측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온 것을 두고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18개 구에서 11~12일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 61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예비선거 주최 쪽은 이틀간 모바일 투표 59만2211명, 현장 투표 2만1천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9월6일 치러질 입법회 의원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유권자(445만명)의 10%를 훌쩍 뛰어 넘는 유권자가 예비선거에 참여했다. 주최 쪽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당초 17만명 정도 참여를 목표로 했으나, 목표치의 3배 이상을 넘겼다. 이번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법학)는 “홍콩 시민이 이뤄낸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예비선거는 지난해 11월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투쟁 속에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홍콩 범민주 진영이 후보 난립과 표 분산을 막아 입법회 의원 선거 승리의 발판을 삼겠다며 도입했다. 범민주 진영은 이를 토대로 사상 처음으로 입법회 전체 의석(70석) 중 과반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홍콩 입법회는 친중 성향인 건제파가 43석, 범민주 진영이 27석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번 예비선거를 앞두고 홍콩 보안법과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비선거를 조직하는 시도는 본선거를 조종하고 간섭하려는 의도가 있다”(에릭 창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엔 예비선거 진행에 관여한 여론조사 업체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의 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 소속 테드 후이 의원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이 9월 선거를 자유를 지킬 기회로 삼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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