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20일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의 정당인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라치/AFP 연합
르포/ 파키스탄 총선 뒤 민심
PPP·MQM지지자들 하늘에 총쏘며 이틀째 자축
선거거부한 종교·법조계는 “요식행위일 뿐” 일축 “베나지르, 베나지르!” 야당의 총선 승리가 분명해진 19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 외곽의 빈민지역 이사나글리(예수마을) 주민들은 두 달 전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이름과 파키스탄인민당(PPP) 구호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인민당이 승리하면서 주의회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모두 기독교도인 주민 3만여명을 대표해 이 지역 지도자 살림 코카르 파키스탄 소수자연맹(APMA) 신드지부장이 인민당의 신드주 소수자 비례대표 의석을 얻은 것이다. 그가 보도진과 함께 도착하자 승용차 한 대도 지나다니지 못할 좁은 길을 따라 100여명의 인파가 환영했다. 주민들은 공중을 향해 한두 발씩 총을 쐈지만, 총소리에 익숙한 표정이었다. 총성과 더불어 주민들의 함성과 이들이 뿌린 장미 꽃잎이 골목을 덮었다. 카라치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인민당과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 지지자들의 축하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100m가 넘는 오토바이·자동차 행렬이 밤거리를 질주하다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잠시 멈춰서면, 이내 지지자들이 몰려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파우지아 와하브 인민당 여성위원장은 “국민들의 성원이 대단했다”면서도 “더 큰 승리를 거둔 게 확실하지만, 부정선거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환호 속에서 연립정부를 통한 새 희망을 조심스레 모색하는 이들과 달리, 선거를 거부했던 세력은 야당 압승이라는 총선 결과에도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며 재판·선거 거부 운동을 벌여 온 변호사들은 일단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무드울 하산 카라치변협회장은 20일 “국민들이 사법부 독립을 지지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정치권은 사법부 독립을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가택에 연금된 아이트자즈 아산 대법원 변협회장의 지지자들은 이날 저녁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아산 회장을 어깨에 태우고 나왔다. 아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3월7일까지 (지난 11월 비상사태 선포 때) 해임된 판사들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시위대가 전국에서 이슬라마바드로 모이는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는 현지 방송 <선티브이>의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초청받았다. 함께 패널로 참여한 칼럼니스트 탈라트 라힘은 “이번 선거 결과는 식량난, 전기난 등 생활고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변화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이를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1일 참관한 카라치의 직장인 대상 종교학교(마드라사) ‘코란아카데미’의 수업에선 총선 성토가 한창이었다.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고 밝힌 한 학생은 “사법부와 언론을 탄압한 불법 정권이 치르는 선거에 참여하면, 나는 이 정권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선거 참여도, 불참도 시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생은 “파키스탄 선거는 봉건적 정치인들의 축제다.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지도부) 얼굴만 바꾸는 요식행위일 뿐이다”며 선거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한편,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부토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 인민당 공동의장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21일 저녁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국정 운영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자르다리는 총리를 맡을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샤리프 전 총리도 다른 이들만큼이나 좋은 총리 후보”라고 말한 바 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선거거부한 종교·법조계는 “요식행위일 뿐” 일축 “베나지르, 베나지르!” 야당의 총선 승리가 분명해진 19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 외곽의 빈민지역 이사나글리(예수마을) 주민들은 두 달 전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이름과 파키스탄인민당(PPP) 구호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인민당이 승리하면서 주의회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모두 기독교도인 주민 3만여명을 대표해 이 지역 지도자 살림 코카르 파키스탄 소수자연맹(APMA) 신드지부장이 인민당의 신드주 소수자 비례대표 의석을 얻은 것이다. 그가 보도진과 함께 도착하자 승용차 한 대도 지나다니지 못할 좁은 길을 따라 100여명의 인파가 환영했다. 주민들은 공중을 향해 한두 발씩 총을 쐈지만, 총소리에 익숙한 표정이었다. 총성과 더불어 주민들의 함성과 이들이 뿌린 장미 꽃잎이 골목을 덮었다. 카라치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인민당과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 지지자들의 축하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100m가 넘는 오토바이·자동차 행렬이 밤거리를 질주하다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잠시 멈춰서면, 이내 지지자들이 몰려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파우지아 와하브 인민당 여성위원장은 “국민들의 성원이 대단했다”면서도 “더 큰 승리를 거둔 게 확실하지만, 부정선거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환호 속에서 연립정부를 통한 새 희망을 조심스레 모색하는 이들과 달리, 선거를 거부했던 세력은 야당 압승이라는 총선 결과에도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며 재판·선거 거부 운동을 벌여 온 변호사들은 일단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무드울 하산 카라치변협회장은 20일 “국민들이 사법부 독립을 지지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정치권은 사법부 독립을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가택에 연금된 아이트자즈 아산 대법원 변협회장의 지지자들은 이날 저녁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아산 회장을 어깨에 태우고 나왔다. 아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3월7일까지 (지난 11월 비상사태 선포 때) 해임된 판사들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시위대가 전국에서 이슬라마바드로 모이는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는 현지 방송 <선티브이>의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초청받았다. 함께 패널로 참여한 칼럼니스트 탈라트 라힘은 “이번 선거 결과는 식량난, 전기난 등 생활고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변화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이를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1일 참관한 카라치의 직장인 대상 종교학교(마드라사) ‘코란아카데미’의 수업에선 총선 성토가 한창이었다.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고 밝힌 한 학생은 “사법부와 언론을 탄압한 불법 정권이 치르는 선거에 참여하면, 나는 이 정권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선거 참여도, 불참도 시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생은 “파키스탄 선거는 봉건적 정치인들의 축제다.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지도부) 얼굴만 바꾸는 요식행위일 뿐이다”며 선거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한편,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부토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 인민당 공동의장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21일 저녁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국정 운영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자르다리는 총리를 맡을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샤리프 전 총리도 다른 이들만큼이나 좋은 총리 후보”라고 말한 바 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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