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변경주 지방선거서 세속주의정당 완승
유화책 강조로 대테러전 미국과 마국과 마찰 예상
유화책 강조로 대테러전 미국과 마국과 마찰 예상
대테러전의 한복판인 파키스탄 북서변경주(NWFP)의 지방선거에서 5년 만에 이슬람주의 세력이 퇴조하고 세속주의 정당이 완승을 거뒀다. 대테러전의 양상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8일 치른 주의회 선거 개표결과, 세속주의 좌파 정당인 아와미전국당 (ANP)이 33석(전체 99석)을 차지해 제 1당으로 올라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아와미전국당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할 전망이다. 반면, 5년 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에 힘입어 67석을 장악했던 친탈레반 세력인 자미아트 울레마 이슬람 정당은 겨우 9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아와미전국당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먹고 사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민심을 파고들었다. 선거 결과는 이슬람주의 세력의 집권 기간 동안, 아프간과 인접한 이 지역에 난무한 폭탄 테러 등 폭력과 경제적 실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으로 해석된다. 주민 보카리 샤(65)는 “그들이 주민을 위해 한 일은 없다. 우리는 폭탄 테러로 목숨과 집을 잃을까 늘 두려워 한다”고 불만을 토했다.
아와미전국당은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대화와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 유화책을 강조해, 대테러전의 강도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군의 철수도 요구했다. 탈레반과 같은 민족인 파슈툰의 집단 거주지인 이 지역에서는 펀자브인들이 주축인 파키스탄군도 외세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아와미전국당의 지역 책임자인 아프라시압 카탁은 “이 전쟁은 강요된 전쟁”이라며 “우리는 외세 개입 없이 파슈툰으로서 극단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서변경주에서 대테러전을 지원하는 파키스탄군에 대한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이 매우 불투명하게 쓰이고 있다며, 실사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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