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18일 밤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라왈핀디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다. 라왈핀디/AP 연합
파키스탄 총선, 야당 압승
집권당 핵심 줄줄이 낙선…국민탄압·경제실정 ‘패인’
야당 “무샤라프 탄핵” 대치 불가피…미국 동향 주목 ‘조용한 혁명, 달콤한 복수’ 19일치 파키스탄 유력지 <더뉴스>는 총선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국민들이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철권통치를 휘두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마침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의미다.
집권 파키스탄무슬림리그-콰이드(PML-Q)는 차우드리 후세인 총재와 셰이크 라시드 전 철도장관 등 ‘대표선수’들마저 지역구에서 낙마하는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무샤라프가 투표한 NA-54지역구조차 야당에 내줬다. 피엠엘큐와 함께 집권 연정을 꾸렸던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도 전통적 텃밭 카라치에서만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무샤라프 진영의 패배는 예상됐던 일이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비민주적 정권인데다 △지난해 법조·언론과 대립하며 기본권을 억눌렀고 △랄마스지드사원 유혈진압 등으로 이슬람주의를 지나치게 탄압했고 △물가상승 등으로 경제 실정을 범한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임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외의 관심은 총선 이후에 맞춰져 있다. 무샤라프 쪽은 총선 결과 수용을 다짐했지만, 무샤라프를 축출하려는 야당과의 일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간 <새벽>은 19일 사설에서 헌법 수정조항들을 원래대로 돌려, 진정한 의원내각제 체제를 만드는 것을 새 의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피살 당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가 힘을 합쳐 모처럼 찾아온 민주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샤라프의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당부다. 하산 아스카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무샤라프는 레임덕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무샤라프에게는 대테러전쟁 수행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키스탄은 의원내각제이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독특한 권력구조를 갖고 있다. 1980년대 지아울하크 군정이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시켰다. 대통령은 총리 해임권을 갖고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을 겸임한다.
인민당과 피엠엘엔이 무샤라프 탄핵을 통한 축출을 공언하고 있는 것도 대치 정국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렇지만 파키스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미국’은 정국 혼란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최근 한 외신 인터뷰에서 새로 구성되는 의회와 내각에 대해 ‘아버지 역할’을 맡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일이 간섭하는 잔소리꾼 아버지가 될지, 성장을 조용히 지켜봐주며 든든한 아버지가 될지, 민주화를 열망하는 파키스탄 사회가 그에게 또다시 던지는 질문이다.
한편, 이번 총선은 17~18일 정치세력간 충돌로 최소 18명이 숨졌지만, 선거국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대규모 테러사태 없이 투·개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테러에 대한 우려와 정치 혐오로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5~40%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개표결과는 19일 늦게나 20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야당 “무샤라프 탄핵” 대치 불가피…미국 동향 주목 ‘조용한 혁명, 달콤한 복수’ 19일치 파키스탄 유력지 <더뉴스>는 총선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국민들이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철권통치를 휘두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마침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의미다.
파키스탄 총선 개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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