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18일 밤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라왈핀디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다. 라왈핀디/AP 연합
무샤라프 대통령·야당 총리 연정 가능성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 협력도 달라질 듯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 협력도 달라질 듯
미국 대테러 전쟁의 핵심 전초기지인 파키스탄의 총선에서 8년 동안 철권통치를 일삼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심판을 내세운 야당들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의 수립이 확실시돼, 파키스탄 정국은 새로운 소용돌이로 빠져들 전망이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개표가 90% 넘게 진행된 19일 오후 9시(현지시각) 현재 연방하원(268석) 선거에선, 지난해 12월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지역구 87곳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1999년 무샤라프의 쿠데타로 쫓겨났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 나와즈(PML-N)가 66곳에서 승리해 그 뒤를 이었다. 집권 파키스탄무슬림리그 콰이드(PML-Q)는 3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오>(Geo) 텔레비전은 두 야당의 득표율이 70%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무샤라프 8년 통치와 미국의 대테러 전쟁 협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완패한 집권당의 타리크 아짐 대변인은 이날 부토 전 총리의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결과가 확정되면 우리는 야당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도 투표일 오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선거 결과는 “국민의 목소리이므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선 무샤라프 대통령과 야당 총리·내각이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에선 무샤라프 퇴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어 양쪽의 정면 충돌도 예상된다. 미국의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파키스탄 새 정부가 국민들의 압력 때문에 대테러전 협력 수준을 낮춰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