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앙집행위 19살 빌라왈 선출…‘부패’ 남편 자르다리 부총재 논란
미 언론, 샤리프 전 총리 대안론 제기 “부시 대통령 제3플랜 강구중”
미 언론, 샤리프 전 총리 대안론 제기 “부시 대통령 제3플랜 강구중”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뒤를 이어 아들 빌라왈 자르다리가 파키스탄인민당(PPP)의 후계자로 임명됐다. 하지만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공동 총재로 임명돼, 사실상의 실권은 자르다리가 갖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파키스탄인민당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날 부토가 묻힌 신드주 나우데로에 모여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부토의 아들 빌라왈 자르다리와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를 공동 총재로 임명했다. 셰리 레흐만 당 대변인은 “빌라왈은 아직 19살의 어린 나이여서 위기에 빠진 당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많을 것”이라며 자르다리를 공동의장에 임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당직자는 “빌라왈이 총재직을 맡게 됐으며, 자르다리는 공동 총재로 빌라왈을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라왈의 지명은 부토 전 총리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일부에서 부토가 망명 중인 8년 동안 당을 이끌어왔던 마크둠 아민 파힘 부총재 등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부토 일가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파키스탄인민당은 부토의 유언을 그대로 수용했다.
부토의 후계자로 지명된 빌라왈은 올해 19살로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빌라왈은 이날 자신이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 공동 총재인 아버지 자르다리가 “당을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자 지명 전,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당분간 ‘섭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된 것이다. 앞서 2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부토의 전직 보좌관 샤프카트 마무드의 말을 인용해 “자르다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자르다리가 부패 논란의 중심 인물로, 가문의 최대 ‘약한 고리’라는 점이다. 자르다리는 부토 집권 시절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각종 부정부패를 저질러 부토 실각의 핵심적 인사로 지목됐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와 거래하는 업자들로부터 커미션과 상납을 요구해 ‘미스터 10퍼센트’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더타임스>는 자르다리가 아들 빌라왈을 대신해 당을 이끌면 당을 비롯해 나라 전체에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자르다리는 이날 공동 총재로 임명된 직후,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총선 참여를 통한 정권 교체 의지를 밝혔다. 그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총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에게도 총선 거부를 철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도 총선에 참여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앞서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긴급회의를 열고 총선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지 주목된다.
한편, 부토를 귀국시켜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을 분점토록 해 파키스탄 정국을 안정(이른바 ‘플랜 B’)시키려고 했던 미국은 새로운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29일 부시 대통령이 부토를 대신할 인물을 찾는 것을 뼈대로 한 ‘플랜 C’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그 대안으로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또 무샤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극단주의자 소탕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는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배치된다는 문제가 있다. 최선의 선택은 총선에서 승리한 이가 무샤라프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이지만, 부토 전 총리를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는 일은 난제가 될 것이라고 <시엔엔>은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경고 발포 / 파키스탄 경찰이 29일 카라치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게 경고사격을 하고 있다. 부토의 지지자들은 길을 막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카라치/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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