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남아시아 에너지권 구상
미·중·러 등 견제에 막혀 좌절뒤
“천연가스·석유 지역국 협조” 주장
군소국 위주 목소리 먹힐지 의문
“천연가스·석유 지역국 협조” 주장
군소국 위주 목소리 먹힐지 의문
에너지 확보 전쟁에 지친 인도가 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남아시아 에너지권’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전력망, 송유관, 가스관 연결 등 국경을 넘는 에너지 협력을 원활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성장율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는 매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갖가지 걸림돌에 걸려 에너지 확보 전략에 차질을 빚어왔다. 인도 당국을 분노하게 만든 사안은 최근 두 가지다. 하나는 인도가 최근 제시한 ‘이란~파키스탄~인도 천연가스관 부설 계획’의 좌절이다. 이 계획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사무엘 보드만 미국 에너지부장은 지난 20일 뉴델리를 방문해 “워싱턴은 인도와 이란 사이를 천연가스관으로 연결하는 계획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또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인 톰 랜토스 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란 핵 확산 억제 법안’ 관련 의회 연설 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란~파키스탄~인도 천연가스관 부설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인도의 또 다른 좌절은 미얀마 천연가스전을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긴 일이다. 한국의 대우그룹이 탐사해낸 A-1과 A-3 천연가스전을 미얀마는 최근 중국에 팔기로 했다. 미얀마가 가스전에서 290㎞ 떨어진 인도를 제치고 자국 내 900㎞의 가스관을 부설해 중국과 연결하기로 한 건, 지난 1월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미얀마 인권 결의안 통과를 중국이 막아줬기 때문이라는 게 인도의 시각이다. 이 결의안에 중국과 함께 반대한 러시아는 B-2 천연가스전의 개발 생산권을 얻었다. 동서 양쪽에서 좌절을 겪은 인도는 지난 7일 뉴델리에서 열린 ‘남아시아 지역협력연맹’(SAARC) 성원국 사이의 ‘남아시아 에너지 대화’에서 ‘남아시아 에너지권’을 창출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에너지 무역과 전력,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이 지역 성원국들이 서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파키스탄 등 대부분 국가의 지지를 얻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제외하면 대부분 군소국인 남아시아 국가들의 목소리가 에너지 확보 무한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