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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동남아 ‘전당포’ 전성시대

등록 2007-03-18 20:24

평균 20분이면 대출가능
고리채보다 이자도 저렴
서민대출 금융기관 구실
필리핀 서울 마닐라의 상가 지역에선 옷가게·잡화점 등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전당포가 쉽게 눈에 띈다. 현관이 따로 없고, 창구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로 돼 있다. 물건을 저당잡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바로 보인다. 음침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여성 손님을 겨냥해 여성 사원만 배치한 곳도 있고, 10년 넘게 텔레비전 광고를 해오는 전당포 체인도 있다. 물건 감정이 전문인 전당포 업주와 직원들이 수도권 보석감정학교 학생의 약 80%를 차지한다.

필리핀 중앙은행 집계를 보면, 2006년 12월 현재 등록된 전당포는 1만3천곳에 이른다. 1995년의 4200곳에서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대출액도 95년 55억페소(약 1천억원)에서 2004년 100억페소로 증가했다. 가장 오래된 금융업이라는 전당포가 필리핀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손쉽게 빨리 돈을 빌릴 수 있는 점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평균 20분이면 ‘거래’가 끝난다. 은행처럼 복잡한 심사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자 또한 한달에 5% 수준이다. 적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서민들이 막판에 의존하게 되는 고리채보다는 훨씬 싸다.

전당포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빈곤층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간 가족을 둔 중류층의 이용이 최근 부쩍 늘었다. 저축을 별로 하지 않는 이들은 외국에서 보내온 돈이 떨어지면 귀금속 등을 맡기고 빌린 돈으로 다음 송금 때까지 버틴다. 저당잡힌 물건을 되찾아가는 비율은 10년 전 30%에서 60%로 늘어났다. 1천페소 안팎을 잠시 빌려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전당포가 서민 대상 소액대출 금융기관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나 스리랑카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나라에선 은행도 전당포 개업에 뛰어들어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2001년 약 1500만명이 전당포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리랑카의 한 지방은행은 99년 전체 대출의 40%가 전당포를 통한 것이라고 한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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