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
노무현 대통령 첫 캄보디아 방문 의의
캄보디아에 평화와 발전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 한 세대 동안의 내전과 혼란을 넘어서 신생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치·사회적 안정을 이룩했다. 개혁, 개방과 국제사회와 협력을 바탕으로 2005년엔 13.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5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캄보디아를 찾는 외국인들은 앙코르와트 문화 못지않게, 이제 학업에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이들, 영어를 말하는 일반 시민들을 보며 놀란다.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시장과 거리 모습은 캄보디아의 희망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바라보는 캄보디아에 대한 시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공산주의 국가, 가난과 질병, 지뢰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앙코르와트는 알지만 캄보디아는 무관심이다. 반면 캄보디아가 보는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다. 한류 열풍은 이곳에도 왔다. 여러 드라마가 캄보디아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됐고, 지금은 대장금이 최고의 인기다. 9월에 3일 동안 열린 제1회 한국 영화제는 연일 만원이었다. 한국어 배우기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인은 어디 가나 따뜻한 시선과 대접을 받는다.
우리와 캄보디아는 1962년에 영사관계, 1970년에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75년 크메르루즈 공산정권이 등장하면서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로부터 21년 뒤인 96년 훈센 제2총리가 친북한파인 당시 시하누크 국왕과 라나리드 제1총리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수교의 정치 결단을 내렸다.
지난 10년 한-캄 관계의 발전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캄보디아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 중 2년 연속 한국인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엠립(앙코르와트 부근 공항) 및 서울-프놈펜 직항편이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개설돼 이를 뒷받침했다. 개발협력 분야에서 인재양성, 정보기술(IT), 수자원, 도로 등 인프라 분야에서 1억달러에 가까운 경제개발협력(EDCF) 차관사업을 지원했고, 무상원조도 해마다 늘어나 올해에는 7백만달러 규모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지원하는 무상협력사업은 농촌개발, 수자원개발, 보건·의료, IT, 봉제,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약 80명의 우리 국제협력단 봉사단원들이 캄보디아 전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는 양국관계 복원 10주년이자 두 정상이 교환방문을 하는 뜻깊은 해다. 3월 훈센 총리의 한국 공식방문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캄보디아를 국빈방문한다. 두 정상은 11월21일 시엠립에서 50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되는 ‘앙코르-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2006’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한다.
정상회담에선 그간의 개발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유·무상 협력, 문화·교육분야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및 민간투자확대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다. 성장 국면에 진입한 캄보디아의 국가발전에 더욱 기여하고, 민간차원에서는 교류 영역이 확장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의 길을 넓힐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모쪼록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한국의 개발경험을 캄보디아와 같이 나누고 한국이 희망을 주는 존경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걸 캄보디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귀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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