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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홍군 약탈·협박” 흔들리는 장정

등록 2006-10-29 19:33수정 2006-10-29 20:02

1936년 10월 산베이에 도착한 뒤 살아남은 홍군들 앞에서 연설하는 마오쩌둥.
1936년 10월 산베이에 도착한 뒤 살아남은 홍군들 앞에서 연설하는 마오쩌둥.
중국공산당 신화 얼룩진 70돌
“왜곡·신격화” 증언 잇따라
22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는 ‘장정(長征) 승리 70돌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후진타오 국가 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 등 9명의 제4세대 지도부와 더불어 장쩌민 전 국가 주석, 리펑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 전 총리 등 이미 물러난 제3세대 지도부까지 함께 참석해 중국공산당 최대의 ‘명절’을 경축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 등 관영 방송은 기념식을 실황중계했고, 기념 연속극과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 채널을 가득 채웠다. 대규모 기념공연과 기념우표 발행 등도 줄을 이었다.

흔들리는 신화=‘장정’이란 1934년 10월 중국공산당의 ‘공농홍군’(노동자 농민의 붉은 군대)이 국민당 정부의 포위 토벌공격을 피해 장시(강서)성 루이진(서금) 근거지를 버리고 10여개 성을 지나 36년 10월 중국 서북 산베이(섬북) 옌안(연안)에 근거지를 마련하기까지 2만5000㎞를 행군한 일을 말한다. 이 고난의 행군을 통해 홍군은 농민의 자원입대 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결국 내전에서 승리했다는 게 중국공산당 ‘정사’의 시각이다.
1937년 옌안 중국공산당 근거지에서 출간된 <이만오천리 장정기>.
1937년 옌안 중국공산당 근거지에서 출간된 <이만오천리 장정기>.

그러나 이 중국공산당의 창세설화는 오늘날 적지 않은 실록작가들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2002~2003년 장정 행로를 되밟으며 생존자와 목격자를 인터뷰한 영국 작가 에드 조슬린과 앤드루 매큐언은 이듬해 출간한 〈붉은 여행: 384일의 장정 되밟기〉를 통해 “마오쩌둥과 그의 추종자들은 장정의 진실을 완전히 왜곡했고 마오를 신격화했으며, 홍군이 행군한 거리 또한 2만5000㎞가 아니라 실제는 절반 정도”라고 주장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이보다 더 심각한 도전은 올해 출간된 중국계 영국 다큐멘터리 작가 쑨수윈(孫淑芸)의 〈장정〉이다. 장정에 참여했던 40여명의 늙은 홍군을 인터뷰한 쑨은 이들의 증언이 그려내는 장정의 실제 상황이 중국공산당의 ‘정사’와 너무도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정사는 장정 기간에 농민들이 홍군에 자원입대했다고 주장하지만, 증언에 따르면 ‘납치’와 ‘협박’이 할당된 신병 모집 인원 충당을 위한 일반적인 수법이었다고 한다. 홍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총살을 무릅쓴 탈영이 이어졌으며, 샹강 전투 때는 3만여명이 탈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군과 군벌의 추격과 습격에 시달린 홍군은 무력으로 농가의 가축과 식량을 약탈하기도 했고, 특히 티베트 지역의 농민들은 적지 않은 이들이 홍군의 약탈로 굶어죽기도 했다. 한 늙은 홍군은 “당시 홍군이 티베트 무장세력과 교전한 횟수가 국민당군과 교전한 횟수보다 더 많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쑨은 “1930년대의 피비린내 나는 공산당의 숙청”이 장정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1931년 2만여명이 희생당한 대숙청은 홍군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공산당이 ‘장정’이라는 패주에 나서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떠들썩한 장정 승리 70돌 기념행사를 바라보며 쑨은 최근 홍콩 〈아주시보〉와 인터뷰에서 영국 연극연출가 앨런 베닛의 말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가장 좋은 망각의 방식은 기념하는 것이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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