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왕정 항의시위 진압하는 경찰 갸넨드라 네팔 국왕의 절대왕정 복귀 1년째인 1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항의시위에 참석한 시민이 경찰에 붙잡혀 곤봉 세례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대규모 병력을 풀어 시위를 막았다. 카트만두/AFP 연합
[아시아아시아인] ‘군주제 타도’ 기치 무장세력
절대왕정 철권통치에 급성장, 가난한 농민 지지…40% 장악
절대왕정 철권통치에 급성장, 가난한 농민 지지…40% 장악
마오쩌둥이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네팔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의 혁명노선을 추종하는 무장세력이 국왕의 절대권력에 맞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참 전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마오주의가 전제군주제와 투쟁을 통해 다시 현실정치의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지독한 빈곤에 허덕이는 농민들을 규합해 네팔 남부에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갸넨드라 국왕의 철권통치에 염증을 느낀 정치세력들도 이들의 뒤를 받치고 있다. 반군들이 사실상 수도 카트만두를 포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들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거부한 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300㎞ 떨어진 탄산의 군진지와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무장투쟁의 깃발을 올린 것은 1996년이었다. 1990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변신한 네팔은 이후 국왕과 의회의 계속된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200여명의 반군들은 군주제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네팔 남부의 경찰서와 관공서를 습격했다. 지금까지 1만2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 내전(인민전쟁)의 시작이었다. 갸넨드라 국왕은 2002년부터 본격적인 반군 토벌에 나섰으나 승기를 잡아채지 못하고 있다. 왕세자였던 동생이 국왕인 아버지를 총으로 쏴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궁정만찬 사건’으로 왕위를 넘겨받은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해 2월 의회와 정부를 해산하고 절대왕정으로 복귀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과 멀어지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그의 토벌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반군들은 또한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이즘의 철칙을 신봉한다. 분석가들은 이들이 경찰 무력화→군대 격파→인도의 개입 분쇄라는 3단계 혁명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인도의 개입을 상정하는 것은, 네팔의 공산주의 혁명을 인도가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들이 마오이즘의 새로운 전파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마오이즘은 본산인 중국에서도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게다가 중국은 민감지역인 티벳과 국경을 접한 네팔에서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네팔의 반군들은 이런 중국의 수정주의 때문에 마오이즘이 퇴조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마오쩌둥의 죽음 이후 반혁명세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찬드라는 “네팔이 이제 세계 공산주의 혁명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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