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드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 대사
마수미파르 이란대사
IAEA 부속문건 ‘핵 우려’
미국 등 압력탓 삽입 의혹
“원유 수입금지는 자승자박”
IAEA 부속문건 ‘핵 우려’
미국 등 압력탓 삽입 의혹
“원유 수입금지는 자승자박”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서구와 이란의 대립과 긴장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올해로 이란과의 수교 5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도 ‘이란 핵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아흐마드 마수미파르(사진) 주한 이란 대사는 18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개발의 평화적 성격과 서구의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한국과의 친선·우호와 협력에 대한 희망과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미국과 유럽이 다른 나라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강요하는 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압박이자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세계에서 16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추가 경제제재가 단기적으로 이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란 경제의 역량을 증진시킬 것입니다.” 이란은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고, 국제사회와의 경제적 연계가 튼튼하며, 경제성장률도 서구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특히 “유럽은 지금 마이너스 성장, 고실업,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심각하다”며 미국과 유럽 경제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미칠 파장에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유럽의 원유 금수가 시행되더라도 대체 수출국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서구의 추가제재는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보고서’를 통해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그러나 “핵 전문가들과 감시단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입증하는 근거는 없다”며, 보고서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내놨다. “이란의 모든 핵프로그램은 맨 처음부터 국제원자력기구의 엄격한 감시·감독 아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란 핵활동이 평화적 이용에서 벗어났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보고서 부속 문건에 일부 핵 물질에 대한 우려가 담겼지만, 이는 본 보고서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제원자력기구 예산의 25%를 부담하는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의 압력 때문에, 2000년 이전부터 있어온 해묵은 의혹이 부속 문건에 언급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의 종교와 정부 정책에 따르면 핵무기 생산과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핵무기 보유가 안보를 보장한다고 믿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은 ‘죄없는 사람의 살해’를 엄금하며, 핵무기야말로 무고한 인명을 죽이는 대량살상무기라는 것이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선 “어떤 나라든 핵에너지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만들고 보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게 이란 정부의 입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이란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명시적 반대나 비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북핵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는 서구의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해협 봉쇄가 이란의 이익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위협 뒤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한다”며 “미국이 중동국가들에게 자국의 무기를 팔기 위해 일부러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새 이란 핵과학자 4명이 암살된 사건에 대해 마수미파르 대사는 “암살은 ‘약한 자의 행동’이자 인도주의에 대한 추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과학자 암살은 서구의 대이란 제재가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오히려 이란 정부와 국민을 더 굳게 결속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로 1년을 맞은 아랍 민주화 운동의 격랑이 이란에 미치는 영향도 물어봤다. “아랍 지역은 32년전 이란이 겪었던 상황을 지금 겪고 있습니다. 지금 아랍 민중의 슬로건과 요구 사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때 나왔던 것과 똑같아요. 민주주의, 독립, 부패와의 전쟁…. 이란이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이란 이슬람 혁명이 (뒤늦게) 아랍의 봄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끝으로 “한국은 매우 성공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뤘으며 역동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다. 이란은 한국과 밀접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교 50년을 맞아 이란은 한국과 문화적, 경제적 교류협력을 증진할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그는 “이란의 종교와 정부 정책에 따르면 핵무기 생산과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핵무기 보유가 안보를 보장한다고 믿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은 ‘죄없는 사람의 살해’를 엄금하며, 핵무기야말로 무고한 인명을 죽이는 대량살상무기라는 것이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선 “어떤 나라든 핵에너지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만들고 보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게 이란 정부의 입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이란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명시적 반대나 비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북핵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는 서구의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해협 봉쇄가 이란의 이익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위협 뒤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한다”며 “미국이 중동국가들에게 자국의 무기를 팔기 위해 일부러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새 이란 핵과학자 4명이 암살된 사건에 대해 마수미파르 대사는 “암살은 ‘약한 자의 행동’이자 인도주의에 대한 추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과학자 암살은 서구의 대이란 제재가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오히려 이란 정부와 국민을 더 굳게 결속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로 1년을 맞은 아랍 민주화 운동의 격랑이 이란에 미치는 영향도 물어봤다. “아랍 지역은 32년전 이란이 겪었던 상황을 지금 겪고 있습니다. 지금 아랍 민중의 슬로건과 요구 사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때 나왔던 것과 똑같아요. 민주주의, 독립, 부패와의 전쟁…. 이란이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이란 이슬람 혁명이 (뒤늦게) 아랍의 봄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수미파르 대사는 끝으로 “한국은 매우 성공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뤘으며 역동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다. 이란은 한국과 밀접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교 50년을 맞아 이란은 한국과 문화적, 경제적 교류협력을 증진할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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