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이만 부통령 만나…명망가들도 중재 나서
시위대, 무바라크 유화책 거부 ‘항쟁 지속’ 태도
시위대, 무바라크 유화책 거부 ‘항쟁 지속’ 태도
이집트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등 야권 세력이 대화를 시작해 2주가량 지속된 이집트 시위 정국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보다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상황을 관리하는 ‘점진적 권력 이양’을 선호하고 있어 시위 세력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쪽의 대화 제의를 애초 일축했던 무슬림형제단은 6일(현지시각) 다른 야권 대표들과 함께 술레이만 부통령을 만나 사태 해결 방안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그들이 국민들의 요구 수용과 관련해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며 대화 참여 방침을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술레이만 부통령과의 대화에서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의회 해산과 과도정부 수립, 시위 진압에 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가장 잘 조직된 야권세력이지만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불법화됐고, 이슬람주의적 성향을 이유로 미국으로부터도 견제 대상이 돼왔다. 몇몇 야당 지도자들이 5일 술레이만 부통령을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이 “현자들”로 부르는 원로들과 술레이만 부통령 사이의 대화도 해법의 한 갈래로 부상했다.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 등 명망가들로 구성된 “현자들”이 중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일부 야권 주요 인사들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화 움직임은 미국이 술레이만 부통령을 실질적 정부 대표로 인정하고 ‘연착륙 로드맵’을 마련하는 가운데 본격화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5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가해 “술레이만 부통령이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발표한 전환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확고한 개혁 의제와 분명한 일정, 즉각적 조처”를 촉구했다.
집권당인 민족민주당은 5일 지도부 집단사퇴로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아들 가말도 당 정책위원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총재직을 고수하면서 5일 전 개편된 내각과 첫 회의를 열었다.
시위 규모는 줄었지만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을 점거한 시민들은 여전히 집권당의 유화 자세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항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1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열린 타흐리르광장에서는 시위 열사흘째인 6일 수천명이 이날을 “순교자의 날”로 정하고 유혈사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었다. 카이로/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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