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술레이만 지지”
정국안정-친미정권 겨냥
정국안정-친미정권 겨냥
미국의 대이집트 정책이 ‘군부에 의한 점진적 개혁’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7차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집트와 같은) 도전에 직면한 사회에서는 특별한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 이행 과정을 빗나가게 하거나 가로채려는 세력들이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이집트 정부가 밝힌 이행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집트 정부의 개혁 주도자로 술레이만 부통령을 공식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이 아닌, ‘점진적 권력 이양’을 지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 특사로 이집트를 방문했던 프랭크 와이즈너 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가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선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무부는 “정부의 입장과 무관한 개인적 견해”라고 진화했지만, 급격한 변화를 원치않는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던 미국이 이처럼 한 발 물러선 것은 무바라크 이후 ‘급진 반미세력’이 이집트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친미 독재정권’이 ‘급진 반미정권’으로 바뀌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권력 공백을 초래하는 급진적 변화보다는 야당과 국민들이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되 술레이만 부통령이 주도하는 과도정부가 야당 세력과 협의해 이행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집트의 ‘안정’과 ‘친미 정권’이라는 두 가지 사항이 모두 충족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모하메드 빈자예드 아부다비 왕세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이집트 사태에 대해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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