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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대선 실제 1위는 무사비” 비밀서한 논란

등록 2009-06-18 19:56수정 2009-06-19 02:41

이란 대선의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 수천명이 17일 테헤란 도심 도로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행진을 하고 있다.  테헤란/이란 <메르 뉴스> 제공, AFP 연합
이란 대선의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 수천명이 17일 테헤란 도심 도로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행진을 하고 있다. 테헤란/이란 <메르 뉴스> 제공, AFP 연합
내무장관이 하메네이에 보낸 편지 사본 보도
신뢰성 글쎄…“마을30곳 투표율 100% 넘어”

이란 대선의 개혁파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 수만명이 18일 테헤란에서 엿새째 대규모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부정선거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물증들도 잇따라 폭로되면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인 현 시위 사태에 새 뇌관을 제공하고 있다. 이란 정국이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 수그러들지 않는 시위 무사비 지지자들은 18일 테헤란 도심의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서 전날 무사비의 애도집회 요구에 따라 시위행진을 벌였으며, 상당수는 지난 15일 친정부 민병대의 발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옷을 차려입었다고 <알자지라> 통신이 전했다.

시위대는 무사비의 사진과 “조작된 선거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쓰인 펼침막을 들고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행진을 벌였다. 무사비는 이날 시위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예정됐던 금요일(19일) 집회는 취소됐으며 토요일인 20일 오후 대규모 시위행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모든 선거에 대한 관리·감독과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날 이번 대선에 나섰던 4명의 후보 모두에게 이번 선거 결과의 최종결정을 위해 각자의 입장을 논의하는 특별회의를 오는 20일 열자고 제안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 짜맞춘 선거? 지난 12일 치러진 대선의 당선자를 현 집권층이 계획적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인 로버트 피스크는 이란 내무장관이 선거 다음날인 13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보낸 비밀편지의 사본으로 보이는 문건을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입수해 18일 공개했다.

“최고지도자 친전”으로 시작하는 이 문건은 “이번 대선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관심과 ‘아마디네자드의 당선’ 결정을 고려해, 선거 결과가 이슬람 체제에 부합하게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일들이 짜이고 있다”고 쓰여 있다. 또 “당신에게만 실제 결과를 보고드린다”며 밝힌 득표수를 보면, 무사비 1907만5623표, 메흐디 카루비 1338만7104표로 개혁파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569만8417표로 3위에 그쳤다.

이 문건의 진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피스크는 “편지가 진짜로 보인다”면서도, 카루비 후보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득표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진에 의문을 표시했다.

■ 등록 유권자보다 많은 투표 이번 대선에서 이란 전역 최소 30개 마을의 투표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페르시아어 포털사이트인 ‘아얀데’를 인용해 보도했다. 선거 기간 중립을 지킨 이 사이트는, 이란 중부 도시인 야즈드의 한 마을에서 투표율이 141%나 됐으며, 차하르 마할 바키티아리 지역과 이스파한에서도 각각 132%와 120%의 투표율이 나왔다고 밝혔다. 집계된 투표수가 등록 유권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투표율이 95%가 넘는 투표소도 최소 200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출국, 병환, 사망 등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비율을 고려할 때 이처럼 높은 투표율은 불가능하며, 전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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