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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슬람 향한 ‘녹색물결’…테헤란의 선택은

등록 2009-06-11 20:57수정 2009-06-12 18:27

자유로운 이슬람 향한 ‘녹색물결’…테헤란의 선택은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란 12일 대선
강경파 아마디네자드-개혁파 무사비 박빙
“정권교체가 경제·자유 신장 이끌것” 기대감
투표율 65% 넘을 경우 무사비 승산에 무게
녹색바람이냐, 핵폭풍이냐. 12일 이란 대선의 날이 밝았다.

임기 4년의 제10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4명의 후보가 나섰다. 현재 판세는 강경 이슬람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와 개혁파인 무사비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는 양강 구도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무사비 후보는 1989년 총리를 끝으로 20년간 정치 일선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시 지역 젊은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무사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무사비 캠프의 상징색인 녹색 스카프를 둘러썼고 젊은이들은 녹색 티셔츠를 입고 녹색깃발을 흔들며 “무사비!”를 연호했다. 정권 교체가 경제 회생, 정치·사회적 자유 및 인권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거대한 녹색물결로 출렁였다.


이란의 국기는 초록·하양·빨강의 삼색기다. 녹색은 제사장, 흰색은 농민, 빨간색은 전사를 상징한다. 무사비가 이란 선거운동 사상 처음으로 상징색을 도입하고 녹색을 선점한 것은 경제개혁과 개방에 대한 한 보수파의 우려를 불식하고 이슬람 가치를 변함없이 지켜갈 것이란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적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이란 대선은 대외정책 변화와 개방 뿐 아니라 경제 회복에 대한 욕구도 강하게 맞물려 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 “아마디네자드라는 렌즈로 이번 대선을 들여다보는 서방의 시각과 달리, 이란 내에서는 인플레, 실업, 석유수익의 분배 및 활용 등 경제 문제가 선거의 최대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물가상승률은 무려 23.6%에 이르렀다. 실업률도 아마디네자드 취임 당시 10.5%에서 현재 17%로 치솟았다.

경제지표로만 보면 아마디네자드가 불리해보인다. 이란 경제학자 사에드 레이라즈는 “지난 몇년새 석유 수익이 급증했지만 오일달러가 생산적 성장보다는 인플레를 자극했다”며 “아마디네자드가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중요한 것은 부와 일자리의 창출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의 분배 중심 제정책은 빈민층과 농촌지역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퇴역군인인 하산 무하마드 자데는 “그는 가난한 사람과 순교자와 상이군인의 가족을 돕는다”며, 아마디네자드 집권 4년 동안 연금이 갑절 올라 월 500달러를 받는다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는 11일 마지막 유세에서도 무사비 후보에 신랄한 비난을 퍼붓고 자신의 치적을 강조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 정부의 성적표는 아주 화려하다”며 핵개발, 탄도미사일 및 인공위성 발사 등을 예시했다. 그는 또 “라이벌들이 이란인의 국가를 모욕하고 이란인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나는 이란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기 섰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는 군부 세력을 대표하는 혁명수비대가 무사비 후보 진영의 ‘대중 혁명’ 기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11일 전했다. 야돌라 자바니 혁명수비대 정치국장은 성명을 내어 “일부 급진세력이 선거에서 최초로 색깔을 사용하며 ‘색깔혁명’을 시도하는 징후가 있다”며 “벨벳 혁명 기도는 싹부터 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사비 후보의 선거운동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에 비유한 것이다.

이번 이란 대선은 거대한 정치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신정일치 체제가 확립되고 특히 지난 4년간 아마디네자드의 강경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도 팽배해 있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이슬람공화국이란 큰 틀 안에서 ‘더 자가치와 서구식 민주주의가 어떤 식으로 접목될지, 그리고 현재 이란의 사회운영원리인 ‘이슬람법학자 통치론’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이기든 이란 대선의 결과는 그 자체로 중동정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승부는 안갯속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가 우열을 점치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당락을 가를 최대 관건은 투표율이다. 이란의 유권자 4600만명 중 많게는 1500만명이 전통적인 보수파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이란의 역대 대선에선 투표율이 높을수록 개혁파 후보가 유리했다. 각각 80%, 67%의 투표율을 보인 1997년과 2001년 대선에선 개혁파의 모하마드 하타미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러나 결선투표율이 55%에 그쳤던 2005년 대선 땐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가 라프산자니 후보를 눌렀다. 무사비 쪽에서는 이번 투표율이 최소 65%는 넘어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투표참여 운동에도 공을 들여왔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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