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10일 개혁파 대선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무사비의 초상화를 들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테헤란/신화 연합
이란 12일 대선
미 ‘탈레반 견제 교두보’ 판단
이란, 미 봉쇄땐 지역패권 흔들
‘새관계’ 불가피…핵 타결이 관건
미 ‘탈레반 견제 교두보’ 판단
이란, 미 봉쇄땐 지역패권 흔들
‘새관계’ 불가피…핵 타결이 관건
12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여기에 도전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중 누가 당선되든 이란을 둘러싼 국제관계에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중동에서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아프간전쟁을 통제하려면 이란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이란은 수니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 세력과 거의 적대적 관계다. 이란과의 관계정상화는 아프간전쟁의 서부전선과 보급로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니며, 탈레반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큰 교두보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의 봉쇄책은 오히려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만 키우기도 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란의 후원을 받는 이슬람무장세력의 득세는 이제 이란을 빼놓고는 중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을 미국 등 서방이 갖도록 했다. 이란이 가진 석유·가스 자원에 대한 재접근 욕구도 크다. 이란 역시 미국의 봉쇄 속에서는 지역패권 국가로서의 위상확보 등 정상적 국가운영이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 위협론을 내세우며,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막으려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유일한 길이다. 오바마의 끈길진 구애에 이란은 그동안 핵개발 박차와 중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응수했다. 오히려 뺨을 때린 격이지만 이는 대선 이후 대미협상을 향한 샅바싸움이기도 하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 앞서 강경론자들을 의식한 조처이기도 하다. 누가 당선돼도 이란이 추구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수준에서 타결되냐가 관건이다. 오바마는 지난 4일 무슬림과의 화해를 촉구한 카이로 연설을 전후해 다시 한번 이란의 평화적 핵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이란 자국 내에서 우라늄 농축’까지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이란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변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가 모두 핵 보유국인데다, 이란의 이슬람민족주의는 핵개발을 추동하고 있다. 야권 후보인 무사비가 당선돼도 이를 역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방과의 협상에 무사비가 더 무게를 둘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한꺼번에 진전되기는 힘들지만, 주재대표부 설치 및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무사비의 당선 여부이다. 미국은 카이로 연설 이후 레바논 선거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헤즈볼라의 야권블록이 패배한 것을 놓고 이슬람권의 분위기가 바뀌는지 주시하고 있다. 만약 이란 선거에서 무사비가 집권한다면, 이를 이슬람권 정책의 새로운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디네자드가 서방에 대한 강경책으로 국가의 존립위기를 초래했다고 공격하는 무사비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오히려 더 대담한 유화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누가 당선되든지, 이란이 추구하는 핵 개발과 관계정상화 문제를 동시에 타결할 수 있는 타협책이 나올 수 있느냐다. 중동의 정세는 두 나라가 더 이상 등지고 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두 나라는 손에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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