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출동한 사이 선원들 해적 제압…미, 의료지원
소말리아 해안에서 해적에게 납치된 북한 선박을 구출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긴밀한 ‘협력 작전’을 펼쳤다.
바레인 연합해양군 소속 미군 구축함 제임스 이 윌리엄스호는 납치된 북한 화물선 ‘대홍단호’를 도와 해적을 물리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이번 구출 작전은 평소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왔던 미군이 펼친 것이라고 여길 수 없을 만큼 신속하게 이뤄졌다. 윌리엄스호는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제해사국(IBM)으로부터 북한의 대홍단호가 납치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장 헬기를 보내 현장을 조사했다. 대홍단호에서 50해리 밖에 있던 윌리엄스호는 정오께 이 선박에 근접해 해적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 군함이 접근해 오자 북한 선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갑자기 나타난 미국 군함에 해적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숨겨둔 무기를 꺼내 해적들을 제압하고 뱃머리를 수도 모가디슈항으로 돌렸다. 북한 선원들은 미국 군함과 교신하며, 싸움 중에 해적 2명이 숨지고 5명을 붙잡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한편,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미군은 북한 선박에 올라 부상당한 선원들을 응급처치하고, 중상을 입은 북한 선원 3명을 윌리엄스호로 이송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북한 선박 구출 작전을 벌인 것을 두고 달라진 북-미 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군 5함대의 리디아 로버트슨 대변인은 “조난신호를 받으면 돕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대홍단호는 인도에서 설탕을 싣고 지난 20일께 모가디슈에 입항해 화물을 하역한 뒤 앞바다에 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단호는 선장이 노동자에게 수여되는 최고영예인 ‘노력영웅 칭호’를 받을 만큼 북한에서 ‘영웅적’인 배로 유명하다. 이 배는 특히 2001년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문제를 제일 먼저 제기하며 남쪽 해운업계에도 널리 알려진 배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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