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태 겨냥 대 탈레반 군사적 압력 강화 가능성
탈레반 자극, 인질사태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탈레반 자극, 인질사태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과 관련, 탈레반과 한국 정부 대표의 직접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탈레반 거점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 인질사태와 공습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3일 성명을 통해 지난 2일 탈레반 고위 지휘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방 바그란의 탈레반 거점을 공습했다면서 공습 목표물은 2명의 탈레반 지휘관이었다고 밝혔다. 미군은 그러나 더이상 구체적인 내용과 사상자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아프간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헬만드 지방의 탈레반 사령관 물라 라힘을 비롯해 3명의 탈레반 고위인사와 수십명의 탈레반 저항세력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군과 아프간 정부의 직접적 설명은 없지만 이번 작전은 통상적인 탈레반 토벌작전이며 인질문제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가 강하게 풍긴다. 실제로 한국인 인질들이 납치된 가즈니와 칸다하르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남.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브리핑에서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하도록 모든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군사적 압력도 미국이 지닌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발언한 이후 이같은 공습이 이뤄졌다는 점은 이번 공습과 한국인 인질 사건과의 연관성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을 탈레반에 대한 군사적 압력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다국적군이 인질이 납치된 가즈니 지역이 아니라 상당 정도 거리가 떨어진 칸다하르의 탈레반 거점을 공격함으로써 탈레반에게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일종의 외곽 때리기를 통해 탈레반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경우에 따라선 미군이 인질구출을 위해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전주곡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선 탈레반이 인질을 추가로 살해할 경우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즉각적으로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아프간 정부군은 며칠 전 가즈니 지역의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요구하는 전단을 뿌리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색작업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습 현장에 아프간 남부지역에서 탈레반 활동을 총지휘하는 다둘라 만수르 총사령관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분석이 대(對)탈레반 군사적 압력을 강화 차원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둘라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에 `포로'로 잡혀있다가 지난 3월 탈레반 세력이 납치했던 이탈리아 기자와 맞교환돼 풀려난 인물이다. 그는 최근 영국 런던의 `채널 4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수감돼 있는 조직원과 맞교환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외국인들을 납치토록 조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었다.
미군 입장에서 볼 때 다둘라 만수르가 반복되는 탈레반 외국인 납치사건의 암적 존재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다둘라 만수르가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는 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현지에선 사망설까지 나돌고 있다.
미군이 이번 공습의 목표물이 2명의 탈레반 지휘관이라고 지목한 것도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에게 미국이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정밀타격능력을 갖고 언제든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질의 무사석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인 인질들이 누란의 위기에 있는 민간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미군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군의 군사행동이 탈레반을 자극, 탈레반이 막가파식 대응을 선택하게 될 경우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협상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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