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박찬수 특파원
“미국은 석유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31일 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부분은 그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뉴스’로 꼽힌다. 전세계 폭정 종식이나 중동 민주화 등은 주요 연설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들이다.
부시 대통령의 결심은 단호한 것처럼 보인다. 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지 않은 건 아니지만,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냉소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진보 성향의 정치평론가 아리애나 허핑턴은 <시엔엔방송>에 나와 “이라크를 침공한 게 중동 석유 때문이 아니었나. 집권 이후 계속 석유 중시 정책을 펴온 게 부시 행정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도 “부시나 딕 체니 부통령은 석유업계의 오랜 친구들이다. 지금까지 석유업계 보호에 애쓰다가 왜 갑자기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꺼내느냐”고 생뚱맞다는 반응이 다수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미국내 국유지와 연안해안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에너지업체들로부터 사용료를 제대로 걷지 않아 최대 7억달러의 세수를 놓쳤다는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실었다.
급격한 석유의존 탈피는 석유업계의 이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석유업계에 유난히 부드러운 부시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부시의 야심찬 에너지정책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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