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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흑인인권 집회 다녀오면 ‘11월에도 투표를’ 문자가 온다

등록 2020-06-15 16:41수정 2020-06-16 02:30

[미, 위치정보 수집해 정치 맞춤 광고]
흑인 정계진출 운동 ‘컬렉티브’
각지서 플로이드 시위 참석 추정
1만4천명에 ‘유권자 등록’ 홍보

대면 접촉 힘들자 ‘지오펜싱’ 활용
특정 시위지역 내 지지층 찾아내
민주·공화당 모두 적극 수집 나서
데이터 축적땐 ‘감시’ 악용 우려도
14일(현지시각) 미국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피부색은 죄가 아니다” 등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UPI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미국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피부색은 죄가 아니다” 등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UPI 연합뉴스

집회와 시위가 선거용 데이터 수집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확산되는 각종 집회 참가자들의 정보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수집돼 선거운동 등에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을 보면, 미국 흑인들의 정계진출 운동 단체인 ‘컬렉티브’는 지난달 29~31일 콜럼버스, 밀워키, 미니애폴리스, 워싱턴디시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항의시위 장소에서 반지름 1마일 범위에 있던 사람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진보적인 수용층을 창출하고, 진보층에 대한 모바일 접근성에 특화된 첨단기술회사인 ‘보트맵’이 이 작업을 진행했다. 보트맵은 당시 그 지역에 있던 사람들의 시위 전후 48시간 동안의 위치정보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주 동안 그 시위에 참석했으리라 추정된 1만4천여명에게 정치광고를 보냈다. “11월에도 투표함 앞에서 똑같은 에너지를 유지하자, 흑인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투표하자!”는 광고였다. 이 광고에는 유권자 등록 사이트 링크도 포함됐다. 컬렉티브의 퀜틴 제임스 회장은 이런 방식의 운동을 통해 9월까지 흑인 유권자 25만명을 등록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지난 3월 이 운동에 200만달러를 기부했다. 제임스 회장은 “이런 형태의 기술이 있기 전에는 이런 자금과 자원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한 이 사례는 집회와 시위가 지지층을 동원하고 의제를 관철하는 주요 수단을 넘어, 정치활동을 위한 유효한 데이터의 제공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앱으로 수집한 위치정보로 특정 지역에 머문 개인들을 골라내는 기법은 가상의 경계로 공간을 나누는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지오펜싱을 활용해 개인들에게 광고나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의 유권자 등록 기구인 ‘필드팀6’은 페이스북의 광고 도구들을 사용해 최근 특정 시위 지역 내의 사용자들을 겨냥한 맞춤 메일을 보냈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이 힘들어지자, 디지털 비대면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단체는 11월 대선을 좌우할 이른바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도시에서 열린 집회와 시위 참석자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촉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단체 창립자 제이슨 벌린은 이 방식이 “아주 오싹하기는 하나 극히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인 쇼믹 두타는 진보적 성향의 정치기법 컨설팅 회사의 창업을 돕는 ‘하이어 그라운드 랩스’를 창업했다. 그는 민주당원들이 지오펜싱을 이용해 더 많은 유권자에게 접근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쪽도 집회 등 행사에서 유권자 접근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공화당도 이미 지오펜싱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다. 지오펜싱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데이터만으로는 해당 개인의 신원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가 축적되면 개인 감시에 충분히 이용될 수 있다. 300여개의 앱에 장착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회사인 ‘엑스모드 소셜’은 최근 시위에서 지오펜싱 기법을 이용한 위치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조슈아 앤턴은 이는 종교기구나 선거를 모니터하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조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대의 행동경제학 교수 키스 첸은 시위와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정보가 이용되는 걸 모른다며 “현재로서는 시위자의 신원을 파악할 데이터의 사용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치정보 노출을 피하고 싶으면 스마트폰이나 앱의 위치정보 사용 설정을 꺼두라고 조언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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