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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칠레 정부 “양극화 심화 토대 ‘헌법’ 고치겠다”

등록 2019-11-12 17:48수정 2019-11-13 02:33

정부 개혁 조처에도 반정부 시위 계속되자
“피노체트 독재 시절 만든 헌법 개정하라”
피녜라 대통령, 시위대 핵심 요구 수용 뜻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대법원 앞에서 11일 한쪽 눈을 가린 여성이 곤살로 블루멜 내무장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눈을 맞아 200명 이상이 한쪽 눈 실명 위기에 처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시위가 격화하자, 칠레 정부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안인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대법원 앞에서 11일 한쪽 눈을 가린 여성이 곤살로 블루멜 내무장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눈을 맞아 200명 이상이 한쪽 눈 실명 위기에 처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시위가 격화하자, 칠레 정부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안인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회개혁 요구 시위로 확산되면서 한달 가까이 이어지자, 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안인 헌법 개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 10일 내각 주요 인사들과 집권 여당 ‘칠레 바모스’(보수정당연합)의 지도자, 상·하원 관계자 등과 만나 3시간 마라톤회의 끝에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영자지 <산티아고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헌법 개정은 반정부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안이다. 현행 헌법은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1973~1990년) 시절인 1980년 국민투표로 제정됐다. 시위대는 군부정권이 밀실에서 만든 것이라 정통성이 결여돼 있고 국민의 기본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부문에 국가의 제한적 역할을 명시한 부분이 칠레의 양극화를 부추긴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의 토대가 됐다며, 이참에 헌법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발표한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9명꼴(87%)로 헌법 개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피녜라 대통령이 시위대의 핵심 요구를 수용하고 나선 것은, 노동시간 단축(주 44시간제→40시간제) 법안을 추진하고, 고급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며 약값 인하에 나서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분노한 민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군경에 의한 사망·부상자가 늘고 있는 점도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눈을 맞아 200명 이상이 한쪽 눈 실명 위기에 처하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개헌 방안과 관련해 칠레 정부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헌의회’(개헌회의)를 꾸려 전국적 토론회를 열고, 여기서 표출된 시민 요구를 수용해 개헌안을 만든 뒤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곤살로 블루멜 내무장관은 구체적 개헌 추진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개헌을 위한) 광범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사회 전 분야, 다양한 세력들과 폭넓은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개헌 방식은 시민의 ‘직접’ 참여로 새 헌법을 써야 한다는 시위대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칠레 전역의 공원과 광장, 거리 등에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며 개혁 우선순위를 정하는 한편, 헌법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후 칠레 전역에선 1만5천개 이상의 자발적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헌법 개정 방안 등 반정부 시위대의 일관적이고 단일한 요구안을 제시하기 위해 130여개 노동·직능·사회단체의 연합체인 ‘우니다드 소시알’이 각 지역에서 열린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들을 취합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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