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약 80여 분과의 회담을 마친 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배웅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싱가폴 북-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에 ‘특급 대우’를 하며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인데다, 2000년 10월10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 차수)에 이어 18년 만의 최고위급 백악관 방문 인사인 점을 감안한 조처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하루전인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이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김 부위원장을 태운 검은색 에스유브이(SUV) 차량은 오후 1시12분께 백악관 경내 집무동 앞에 내렸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김 부위원장을 건물 밖까지 나와 직접 영접했다.
김 부위원장은 곧바로 통역만 대동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미국 쪽에선 폼페이오 장관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까지 나와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부위원장과 몇분 동안 대화를 나눴으며, 김 부위원장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면담에 배석하지 않은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을 불러 인사를 시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를 한 뒤 북쪽 대표단 및 폼페이오 장관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켈리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집무동으로 들어갈 때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나올 때는 미소에 손짓까지 해가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김 부위원장과 뉴욕 고위급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은 밝게 웃었다. 이날 면담이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배웅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다가 백악관을 떠난 시간은 오후 2시 40분께였다. 대략 90분간의 예방이었던 셈이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18년 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면담은 45분에 걸쳐 진행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공식 회담을 제외하곤 외부 인사를 약 90분간 접견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 면담 뒤 기자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했다”며 “문자 그대로 이것(면담)은 (김 부위원장이) 친서를 전달하려는 것이었는데 북한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사람과 두 시간의 대화를 나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편, 김영철 부위원장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오후 8시55분께 뉴욕의 숙소인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로 돌아왔으며, 2일 베이징을 거쳐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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