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며 트럼프 대통령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회담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뒤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싱가포르에서의 종전선언 가능성과 추가 대북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으로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90여분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했다. 하지만 ‘빅딜’은 6월12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무언가 서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큰 틀의 원칙과 방향성만을 담은 ‘코뮈니케’ 형식으로 발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후속 회담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6.12 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의 시작으로 삼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비핵화)은 과정이다. 한번의 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일종의 과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관계가 구축될 것이고, 그것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간에 ‘단박에 비핵화 해결’이라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비핵화 어려움의 현실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압축적이고 신속한 비핵화’에서 신뢰구축을 통한 ‘과정으로서의 비핵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접근법에서 상당한 기조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을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와 작별의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후 1시 12분께 백악관에 도착한 김영철은 80분 가량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의 종전선언 가능성도 여러차례 시사했다. 그는 종전선언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에) 그것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것도 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것(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전쟁 종식에 대해 얘기했다”며 “한국전쟁은 가장 오래지속되고 있는 전쟁이다. 거의 70년 동안. 그렇죠? 전쟁 종식(선언)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선 한장의 문서에 서명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70년이 된 한국전쟁의 종전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있느냐”고 기자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상응조처에 대해서도 김 부원장과 상당히 깊이있는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도 비핵화가 이뤄지기를 원한다. (다만) 그는 신중하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속도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나는 그(김 부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제재를 부과하고 있고, 그건 아주 강력한 제재다. 그들이 그것(비핵화)을 할 때까지는 제재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원하면 빨리 비핵화 조처를 취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시점에 우리도 대북 제재를 거두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며, 조건만 성숙되면 제재완화·해제를 할 수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12분께 백악관에 도착한 김영철은 80분 가량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은 끝났냐는 질문에 “지금 수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북-미)가 잘 지내고 싶기 때문에 그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최대의 압박’이란 말조차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배려한 조처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에 반발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규 제재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새로운 (대북) 제재를 준비해왔다. 그 소장(김 부위원장)이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결렬되기 전까지는 그것들(준비된 새로운 제재)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훌륭한 대화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왜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보장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보장할 것”이라며 “이것(비핵화 등)이 끝났을 때면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과 관련해 “북한은 위대한 나라가 될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이 많이 도울 것이고, 일본도 중국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 그 국가들(한국, 중국, 일본)은 (북한과) 아주 가까이 있는 이웃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에 이미 얘기했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일본한테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말을 내놓았다. 그는 처음에는 “아주 재밌는 편지였다. 아마도 여러분(기자들)한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조만간”이라며 친서 내용을 알고 있는 듯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아직 읽진 않았다.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