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국경 장벽으로는 불법이민 못 막는다”

등록 2018-01-17 05:03수정 2018-01-18 09:40

[트럼프 1년, 추락하는 미국]
(1) ‘보더 에인절스’ 엔리케 모로네스 대표 인터뷰

“장벽 건설 뒤 목숨 건 월경시도 매일 1~2명씩 7천명 사망 추정
단속엔 감시카메라가 더 효율적, 출신국 떠나게 한 미국도 책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인권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보더 에인절스’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엔리케 모로네스는 10일(현지시각) <한겨레>와 만나 “불법을 단속하는 효율적 방식은 장벽이 아닌 감시카메라”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벽 설치 계획을 비판했다.

―‘보더 에인절스’를 설립한 계기는?

“1986년 설립했는데 그때는 장벽이 없어 샌디에이고에 사는 이민자들을 위한 일을 했다. 그런데 1994년 10월부터 미국이 장벽을 짓기 시작했다. 장벽 때문에 사람들이 사막으로 우회해 국경을 넘기 시작하면서 매일 죽어갔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온 뒤 사막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1996년부터 물과 음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장벽 설치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나?

“매일 1~2명씩 죽어갔다. 장벽이 세워진 뒤로 7000명이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더 높고 강한 장벽이 ‘불법 월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결코 아니다.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막지는 못할 것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장벽이 아니라 감시카메라다. 카메라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장벽을 넘을 준비를 하는 것까지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장벽을 설치하면 앞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가 설치하려는 장벽은 국경 순찰을 더 방해할 뿐이다.”

―멕시코가 왜 타깃이 됐다고 보나?

“미국에는 1100만명의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있는데 그중의 절반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왔다. 이 사람들은 노동비자나 학생비자, 여행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비자 기간이 만료돼도 그냥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한테는 멕시코인들과 다르게 대우한다. 일종의 희생양 찾기 아니겠나.”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미국의 치안 불안을 야기하고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이민자들은 미국에 살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면 바로 잡혀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적은 월급으로 농장이나 호텔 메이드 등 아무도 원하지 않는 힘든 일을 주로 한다. 트럼프가 사람들을 겁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오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다 수용해야 한다고 보나?

“그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민자들의 출신 국가들이 거기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게 근본적 해결책이다. 그러나 미국에도 큰 책임이 있다. 미국은 중앙아메리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켜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따라서 미국은 책임감을 느끼고 인간적인 이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샌디에이고 장벽을 방문한다는데 오면 뭐라고 하고 싶나?

“‘떠나라. 당신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미국에서 최악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샌디에이고/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1.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2.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웃자고 만든 ‘트럼프·멜라니아 코인’, 취임식 앞두고 폭등 3.

웃자고 만든 ‘트럼프·멜라니아 코인’, 취임식 앞두고 폭등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4.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전쟁 공포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희망 봤죠” 5.

“전쟁 공포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희망 봤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