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0월3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부의 민영화 확대 방안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2018년, 중남미는 선거로 분주해진다. 브라질과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코스타리카, 파라과이가 대선을 치르고, 쿠바도 2월 라울 카스트로를 이을 새 국가평의회 의장을 선출한다.
최근 중남미에선 좌파 물결이 퇴조하고, 우파 물결이 밀려왔다. 아르헨티나 총선에선 중도 우파 연합이, 칠레 대선에선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억만장자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압승했다.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던 좌파 지도자들은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폭락 속에 길을 잃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재앙적 경제상황 속에서 반정부 시위를 강경진압하고, 충성파들로 제헌의회를 구성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도 4연임 뜻을 내비친다.
내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의 영웅으로 귀환할 수 있을까.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9년6개월형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45%로 2위인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21%)을 압도한다. 그의 대통령 재임(2003~2011년) 동안 빈곤층 지원 정책의 수혜를 받은 지지자들의 환호가 뜨겁다. 하지만 내년 1월24일 2심 판결이 그의 대선 출마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중남미에서 부패는 좌우파를 막론한 문제다. 룰라의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들어선 우파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부패 혐의로 이미 2차례 기소됐으나 연방하원이 재판 동의안을 부결시켜 간신히 재판을 피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부패가 폭로되고 수사가 진행되는 점은 그나마 변화의 신호다. 과거보다 자유로워진 언론과 중산층의 성장이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소수 특권층과 다수 빈곤층으로 나뉜 중남미의 고질적인 경제·사회 구조, 거기에 기생하는 부패를 해결하지 못하면, 열광 뒤 환멸이 되풀이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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