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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코미의 치밀한 준비, 트럼프 ‘협상의 기술’ 무너트렸다

등록 2017-06-09 08:48수정 2017-06-09 22:03

상원청문회서 주도면밀한 대응 과정 증언
메모 공개될 수 있도록 기밀로 분류하지 않고
조직 내부 추인까지 받아 메모 신뢰성도 확보
특검 임명되도록 면담 내용 의도적으로 흘려
수사 중단 ‘협상’하고 해임한 트럼프에 ‘복수’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자신을 해임하고 연방수사국의 독립성을 흔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의 용의주도함이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던 ‘협상의 기술’을 누른 셈이다.

우선, 코미는 8일(현지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에서 지난달 <뉴욕 타임스> 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른바 ‘코미 메모’의 내용을 자신이 의도적으로 흘렸다며, “특별검사가 임명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제, 코미의 의도대로 미 법무부는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 ‘코미 메모’의 내용은 트럼프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코미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해임한 직후인 금요일(5월12일) 트위터에 ‘코미는 대화 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며 “그 이후 나는 월요일(5월14일) 한밤중에 잠이 깼다. 처음에는 우리 대화에 관한 확실한 증거물이 있는지 없는지 분명하지 않았으나 테이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판단은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내 친구 중 한 명에게 그 메모를 기자와 공유하라고 했다”며 “여러 이유로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하면 특검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미는 자신의 메모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밀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내용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미리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코미는 이날 “내 입장에선 이 충격적인 대화 내용을 기록하고 잘 보전하며, 상원 정보위가 이 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런 것들이 기밀로 분류되면 언제가는 일이 꼬여 (공개가)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코미 메모를 공유한 범위와 관련해 “부국장과 나의 비서실장, 연방수사국 변호사, 부국장의 변호사, 조직 내 서열 3위이자 국가안보 분야 책임자인 부국장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메모의 신뢰성에 대한 조직 내부의 추인 및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이른바 ‘사법방해’와 관련해, 코미는 자신이 직접 ‘사법방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사법방해’로 볼 수 있는 여러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옭아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사법방해로 볼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잘모르겠다.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가려낼 문제”라며 피해나갔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 요구를 “지시로 받아들였다”며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신의 해임 사유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바꾸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한 의도로 공적인 수사 절차에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사실상 사법방해로 규정한 것과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7일 코미와 단둘이 백악관에서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임기를 채우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면서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코미와의 ‘협상’을 시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 규제담당자나 연방관료들에게 격분하는 일이 있으면 비밀 협상을 타결하거나 수사를 끝내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항상 성공적이었다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말해왔다. 그런 잘못된 믿음으로 코미에게 ‘수사 중단’을 협박하고 해임까지 시켰다. 하지만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과 성공신화는 코미의 용의주도한 반격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사업의 세계와 공적인 영역을 구별하지 못한 ‘아마추어’ 대통령의 한계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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