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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코미 메가톤급 폭로, 트럼프 ‘탄핵 시계’ 앞당기나

등록 2017-06-08 23:57수정 2017-06-09 02:38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상원 청문회
“트럼프의 플린 수사 중단 요구 충격적”
“백악관, 내 해임과 관련해 분명히 거짓말”
“수사 무마 요구, 임기 보장 대가 바란듯”
트럼프 사법방해 입증 증언 거침없이 쏟아내

트럼프 반응 “포위됐지만 뚫고나가겠다”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사실상 트럼프의 행위를 사법방해 행위로 규정한 것으로, 트럼프의 ‘탄핵 시계’를 앞당기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의 명운을 쥔 것으로 거론돼온 코미 전 국장은 미국은 물론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 개입과 연방수사국 독립성 침해 시도를 신랄하게 묘사하며 메가톤급 폭로를 이어갔다. 거침없는 폭로에 강타당한 트럼프로서는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청문회에 출석한 코미는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달 9일 자신의 해임 및 연방수사국 수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을 해임한 직후 법무부와의 마찰이나 불성실한 업무 수행을 사유로 든 것에 대해 “분명하고 단순한 거짓말”이라며 “행정부가 나와 연방수사국을 (부당하게) 헐뜯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플린 수사 중단 요구”·“지시로 받아들여”

코미는 처음에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일단 말문이 열리자 속사포처럼 증언을 쏟아냈다. 그는 “러시아가 지난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의심하느냐”라는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 등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러시아 게이트 수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취임하고 한달여쯤 뒤인 지난 2월14일 그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수사 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그것(트럼프와의 대화)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아주 걱정스러웠다”고 증언했다. 트럼프의 요구를 “지시로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코미는 트럼프가 러시아 게이트 수사 전체보다는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플린은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러시아 쪽을 자주 접촉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플린이 무너지면 트럼프한테로 수사의 화살이 바로 향할 수 있다.

코미는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연방수사국 요원이 그런 요구를 받는다면 “실제로 위축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미는 자신이 해임된 것은 “러시아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바꾸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내 임기 보전 대가로 수사 중단 바란듯”

그는 또 트럼프와 만났을 때 10년 임기를 보장받기를 원했다고 했다. 트럼프가 불러 가보니 두 명만의 만찬 자리였다는 1월27일 만남에 대해 “그는 내가 자리에 머물게 해주는 대가로 뭔가를 바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미는 청문회 전날인 7일 상원 정보위에 제출한 서면 증언을 통해, 이 자리에서 트럼프가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며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꺼내기 전에 연방수사국장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은근히 압박했다고도 했다. 사실상 트럼프가 러시아 게이트 수사 무마와 코미의 임기 보장을 맞바꾸려 했다고 밝힌 셈이다. 또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과 “후원(patronage)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코미는 또 2013년 국장으로 부임한 이래 연방수사국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트럼프가 자신을 해임한 행위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8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거짓말 할까봐 메모 작성. 특검 수사 유도에 활용”

코미는 트럼프와의 세 차례 회동과 관련해 압박을 느꼈으며, 그의 불순한 기도에 큰 경계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행동을 봤을 때 자신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훗날 거짓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대화 내용을) 아주 자세히 기록할 필요를 느꼈다”고 했다. 트럼프와의 직접 면담이나 전화 통화 내용은 ‘코미 메모’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일부가 보도됐으며, 상원 정보위에 제출한 서면 증언의 토대가 됐다.

코미는 또 트럼프가 자신이 먼저 만찬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도 사실과 다르고, 대통령이 먼저 불러서 갔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해임 직후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 메모를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친구를 통해 언론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그 메모가 특별검사 지명을 촉발할 것으로 생각해” 메모를 언론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6일, 트럼프가 2월14일 백악관에서 반테러리즘 브리핑이 끝나자 코미만 남게 한 뒤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이 문제(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내용의 ‘코미 메모’를 폭로했다. 이로부터 며칠 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임명됐다.

“트럼프가 직접 러시아와 공모했는지 공개청문회에선 말 못해”

코미는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이나 이를 둘러싼 정황은 상세히 진술하면서도 러시아 게이트 수사 상황 자체는 언급을 피했다. 공개 청문회에서 자신이 지휘한 수사 내용을 발설하면 법률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가 직접 러시아 쪽과 공모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공개 청문회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부당한 행위와 부정직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폭로하면서도 반격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대목은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트럼프가 자신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대해 압박성 언동을 한 것이 탄핵 사유의 하나인 사법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은 유보했다. 그는 이 문제는 특별검사가 조사하고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청문회에서 폭로한 내용은 사법방해 행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청문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미리 설정한 범위를 지키며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궁지로 몰아가는 전술을 편 것으로 이해된다.

“녹음 테이프 있다면 모두 공개하라”

트럼프가 주요 인사들과의 대화를 빠짐없이 녹음하는 습관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나로선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를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부동산 사업을 할 때부터 이런 습관이 있다며 ‘코미 메모’에 대항할 녹음 테이프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코미는 “(대통령이) 테이프를 전부 공개해도 된다”고 했다.

공개 청문회는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버 정보위원장은 “우리의 조사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포위됐지만 뚫고나가겠다”

애초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하는 이번 청문회를 두고 코미의 발언 내용뿐 아니라 트럼프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관심사였다. 일부에서는 그의 트위터 사용 습관을 볼 때 코미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반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청문회와 같은 시간에 진행된 한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포위됐다”며 “(그러나) 뚫고나갈 것이며, 더 크고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옳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굽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싸우는지 알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청문회나 코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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