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한국특파원 기자회견서 대선출마 강한 의지
국민 신뢰에 배신감 발언에 “박대통령 겨냥 아니다”
노무현 배신 의견엔 “인격 모독·정치적 공격” 반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는 31일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총장이 퇴임 뒤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그걸로 갈 용의가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그 방법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에 각계 국민들 만나서 말씀들을 들어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국민이 원하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대선이다, 대통령이다 이런 말을 드릴 수가 없는데, 제 말씀을 잘 해석해서 들어달라”며 이렇게 밝혔다.
반 총장은 “많은 분들이 저의 그간의 경험을 국내에 들어와 활용하는게 어떠냐, 특히 국민 여러분이 선정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여러가지 사회가 그간에 쌓였던 적폐를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대해서 많은 개인적으로 요청들을 해오는 것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미력한 힘이지만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계기가 되든 간에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 복리증진을 위해 저의 경험이 있다면 몸 안 사리고 할 용의가 있다“며 “내년에 73세인데, 건강이 받쳐주는 한에는 국가를 위해 일할 용의가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퇴임 뒤 세계적 외교적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이 너 낫다’는 의견에 대해선 “현단계에서 나를 낳고 키운 나라를 위해서 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 더 시급하지 않나 한다. 그리고 국제적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게 아니다. 두가지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반 총장이 들어와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에 대해선 “물론 정치라는 것이 혼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안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현재 서울의 정치 상황이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에 서울에 귀국해서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보고, 특히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보이신 여러가지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 등은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이라든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계각층 국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한국 국민이 선정(good governance)의 결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요지의 최근의 자신 발언에 대해 “특정 정치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뜻, 바람이 결과적으로는 전체 현재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 총장은 ‘왜 한국의 리더십이 실패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이미 수백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통해 염원. 희망, 왜 이렇게 됐는지 나타냈다고 본다”며 “이제는 정치, 사회 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분석해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제 자기를 버리고, 국가가 없는데 정당과 파가 뭐가 중요하냐. 노론, 소론, 동교동, 비박 친박이 뭐가 중요한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뒤 총장으로 선출됐으면서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물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일부에서 저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야말로 정치적 공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하는 발언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도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 서울 가는 계기나 매년 초에는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 드렸다. 전직 국가원수들에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사 드렸다. 배신 단어를 쓴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본다”고 반발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특별한(특정한) 지도자 찬양이라기보다는, 제가 느끼고 보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필요한 지도자상과 관련해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도자들이 진솔한 대회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야기 많이 했다”며 “뜻밖에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지도자에 대해서 그러니까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자랑스럽게 돌아가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일 열심히 해서 찬사 받았다고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가슴이 무겁고. 그런 심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중순 귀국하면 “우선은 황교안 총리를 예방해 귀국 신고를 드리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에 대해 귀국신고를 하려고 한다”며 그 전에 국립묘지 참배, 선친 묘소 참배, 고향인 충북 충주에 사는 모친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거론되는 ‘반기문 재단’의 설립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주뉴욕 한국 총영사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한국 시민의 한사람으로 가장 국가에 공헌할 수 있느냐, 가서 깊이 고뇌를 해서 저의 역할이 있으면 제가 물불 가리지 않고 제 몸을 사르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뉴욕/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