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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반 총장 “노무현 배신했다는 비판은 인격 모독” 반발

등록 2016-12-21 14:36수정 2016-12-21 15:12

“선정의 결여 발언은 박 대통령 겨냥 아니다”
세계 외교 지도자로 남는 게 어떠냐는 의견에
“두가지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31일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각) 미국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선정의 결여’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자신의 사무총장을 절대적으로 밀어줬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뒤늦게 찾아간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45분여간 진행됐다.

다음은 반 총장과 특파원단의 기자회견 내용 중 국내 관련 부분만 발췌·요약한 것이다.

오는 31일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는 31일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머리 발언>

임기 10년을 끝내면서 사무총장으로서의 마지막 언론 회견을 한국 특파원단과 할 수 있어 의미있게 생각한다. 워싱턴에서도 여러 특파원들이 온 것으로 아는 데 먼 걸음 감사하다.

10년 임기 마무리하면서 두달 전부터 여러 단체에서 환송 해준다고 해서 바쁘게 지냈다. 유엔 본연의 임무도 상당히 바빴고 몸은 피곤하지만 많은 분들이 격려 말씀 보내주고 성원 보내주고, 지난 10년간 노력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고 있어서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귀국 앞두고 감회 깊지만,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 보면서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촛불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좌절, 분노를 나타낸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준 데 대해 국제사회가 한편 한국 정세에 우려 표하고 걱정하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헌정 질서에 따라서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극복해서 오히려 세계에서 다시 발돋움, 우뚝 설 수 있는 계기 만든 게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그 이전에 한국 시민, 공직자로서 쌓았던 경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경험한 여러가지를 살려서 이제는 세계를 위해 쌓은 경험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퇴임 뒤 국내에서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고 국민들께 감사 인사 드리고, 폭넓은 의견 수렴 가지도록 하겠다.

<질의 응답>

-어제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정치할 의사가 있다면 새누리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많은 분들이 저의 그간의 경험을 국내에 들어와 활용하는게 어떠냐, 특히 국민 여러분이 선정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여러가지 사회가 그간에 쌓였던 적폐를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대해서 많은 개인적으로 요청들을 해오는 것을 듣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정치라는 것이 혼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대해서 깊이 생각을 안해봤다. 1월 중순에 서울에 귀국해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보고, 특히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이신 여러가지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 등은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이라든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계각층 국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가 배신당했다’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을 놓고 일부에서는 반 총장의 배신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2년 이상 늦게 찾아가고, 친노 인사들과 교류가 없었다며 반 총장의 배신이라고 비판한다.

“제가 국민들이 선정의 결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은 특정 정치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뜻, 바람이 결과적으로는 전체 현재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 저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야말로 정치적 공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하는 발언이다. 보도가 잘 안돼서 그러는데, 서울 가는 계기나 매해 초에는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 드렸다. 전직 국가원수들에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사 드렸다. 배신 단어 쓴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본다.”

-한국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재 제가 답변드리기 어렵다. 저를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데, 전 11일 임기 남아있고 대외적으로 그런 말 하기가 어렵다. 저는 미력한 힘이지만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계기가 되든 간에 국가 발전 위해 국민 복리증진 위해 저의 경험이 있다면 몸 안 사리고 할 용의가 있다. 제가 내년에 73세인데, 나이가 많으니 쉬는 게 어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 건강이 받쳐주는 한에는 국가를 위해 일할 용의가 있는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죠.”

-국민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제가 대선이다, 대통령이다 이런 말을 드릴 수가 없는데, 제 말씀을 잘 해석해서 들으면 제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그걸로 갈 용의가 있다고 말씀드린다.”

-북핵 한반도 문제 등에서는 기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실망스러운데.

“질문에 공감한다. 3번에 걸친 방북 기회가 북측의 일방적인 임박한 취소로 이뤄지지 못했는데, 그건 왜 일어났는지는 남북관계 따져보면 알 것이다. 북한은 나를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지만, 한국 정부의 고위직이고 한국 출신이라는 데 신경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유엔 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도 새마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비판 있었는데, 지금도 입장이 똑같나. 두번째로, 일부에선 한국 내에서 역할 넘어 세계적 외교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얘기도 하는데.

“새마을운동은 단기간 압축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농촌사회의 국민 의식 개조하면서 어떻게 협동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광범위한 사회적 운동이었다. 이것이 국제적으로도 많은 평가를 받았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특별한 지도자 찬양이라기보다는, 제가 느끼고 보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한 거다. 그 다음 질문에 나는 열린 마음이다. 글로벌 도움 될 수 있다면 참여하고, 국내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니 현단계에서 나를 낳고 키운 나라를 위해서 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 더 시급하지 않나 한다. 그리고 국제적 일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두 가지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 어떤 지도자상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제가 10년 하면서 많은 정상들을 만났다. 성공한 지도자, 실패한 지도자는 왜 그랬는지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 국민들의 의견을 진솔하고 경청하라. 소통하라. 정치지도자들의 정파적, 계층적, 지역적 이해관계 내려놓고 자신을 내려놔라. 셋째는 모든 이해당사자와 포용적 대화를 해라, 그래서 해결책을 모색해라.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 국민의 결속, 사회 통합 이뤄야만 진정으로 포용적인 지도력이 나온다. 이게 리더십의 요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행하게도 많은 지도자들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무고한 국민들만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뜻밖에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지도자에 대해서 그러니까 내가 민망하다. 귀국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점으로. 가슴이 무겁고. 그런 심정에 있다.”

-왜 한국의 리더십이 실패했다고 보는가. 제도의 문제냐 개인의 문제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말하기는 그렇고. 이미 수백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통해 염원 희망, 왜 이렇게 됐는지 나타냈다고 본다. 이제는 정치, 사회 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분석해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제 자기를 버리고, 국가가 없는데 정당과 파가 뭐가 중요하냐. 노론, 소론, 동교동, 비박 친박이 뭐가 중요한지 알 수 없다.”

-귀국일정은?

“1월 중순 간다. 비행기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 가게 되면 언제 가는지 신고하고 들어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만날 것인가.

“현재 탄핵소추된 상황에서 황교안 총리에게 맡겼으니까 우선은 황 총리 예방해서 귀국 신고 드리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에 대해 귀국신고를 하려고 한다.”

-국민보고는 어떤 형식으로

“아직은 생각을 못해봤는데 생각을 해봐야한다.”

-반기문 재단을 만들어 활동할 거라는 얘기가 있는데.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고, 자그만 사무실을 마련해서, 제가 아직 공식적인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재단을 만들거나 그럴 계획은 없다.”

-국민보고를 한다는데, 국회에서 할 수도 있고. 방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고.

“국회 같은데서 초청해주면 더 없는 영광인데, 민간인이 국회 가서 연설한 경우가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건 국회에서 판단하면 저는 그걸 따르겠다.”

뉴욕/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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