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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득권층 체제에 분노한 백인 중하위층 ‘반란표 결집’

등록 2016-11-09 20:19수정 2016-11-10 00:13

트럼프 ‘대역전 드라마’
이익 대변 못하는 엘리트에 불만
‘클린턴은 기득권층 상징’ 지목
플로리다 등 동부 경합주 이어
제조업 몰락 ‘러스트벨트’까지
백인 60% 이상이 트럼프에 몰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현 미국 사회의 다양화와 개방화에 대한 거부이고, 양극화를 초래한 기성 엘리트 체제에 대한 저항이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선거 과정 내내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것은 삶의 위기에 봉착한 보수적 백인층이 대대적으로 결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1960년대 인구의 약 90%가 백인이었던 백인 중심 사회의 미국은 지금은 소수인종이 30%를 넘어가는 다인종사회로 변했다. 2030년에는 백인이 인구의 50% 이하로 내려간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남미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 주민들의 80%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반면, 백인들은 60% 이상이 트럼프에 투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현지시각) 실제 개표 결과를 보면, 위스콘신, 미시간,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오대호 주변 미국의 전통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 위치한 5개 주가 모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들 지역 중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은 애초 클린턴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던 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승부는 끝이 났다. 이 5개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모두 75명에 이른다. 미시간은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산업 ‘빅3’가 위치해 있고, 위스콘신은 합성 금속 제품을 비롯해 미국 제1의 기계 생산지이다.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이들 지역의 백인 중하층 노동자들이 자유무역 반대와 변화를 부르짖는 트럼프에 표를 모아준 것이다.

미국 사회는 다양화, 개방화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적으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진행됐다. 2013년 기준으로 상위 10% 부자가 미국 전체 부의 61.9%를 차지하고, 하위 80%는 부의 26.2%를 점하는 데 그쳤다. 중산층(3인가구 소득 기준 4만2000달러~12만6000달러) 비중도 1971년 61%에서 2015년 50%로 크게 떨어졌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진 백인 중하류층들은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을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에 책임을 묻고 있다. 그리고 클린턴 부부는 양극화를 초래한 기존 엘리트 계층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백인 중하층이 밀집한 남부지역에서도 트럼프가 휩쓸었다. 특히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대형주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에서 트럼프는 49.2%를 얻어 클린턴(47.7%)을 1.5%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교두보를 확보했다. 애초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질 경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8%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됐으나, 플로리다를 얻으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대역전극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클린턴 후보가 선거 전날 밤 마지막 유세를 벌이는 등 갖은 애를 썼던 노스캐롤라이나도 트럼프를 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클린턴 쪽은 “(서부) 네바다에서 이기면 승리가 가능하다”며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시간, 위스콘신, 그리고 개표 중반까지 클린턴이 앞서나가던 펜실베이니아 등이 잇따라 ‘트럼프 승리’로 넘어가면서 서부로 넘어가기도 전인 동부 개표에서 승부는 끝이 났다.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사회의 변화를 막는 일시적 역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조류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 사회는 클린턴 당선 때보다도 더 극렬한 정치적 양극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기성 엘리트 및 진보적 계층과 집단, 소수인종들이 트럼프에 갖는 혐오와 불안감은 보수적 백인 계층들이 클린턴에 대해 갖는 것 이상이다. 경제적 양극화에 고통받는 미국 사회는 그 대안으로 ‘트럼프’를 택했지만, 트럼프는 기존 양극화를 해결하기도 전에, 또다른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황금비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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