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2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유세 중 환하게 웃으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선을 11일 앞둔 이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져 막바지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디모인/AP=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 추가수사 방침을 밝혔다. 클린턴 우위의 현재 판세를 뒤집을만큼 파괴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막판 돌출 악재가 클린턴의 대선 행보를 휘청이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은 지난 28일 의회 지도부에 보낸 편지글을 통해 “전혀 관련없는 사건을 수사하다가 지난번 이메일 수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수사관들이 이메일을 검토하기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이미 지난 8월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서버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은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종결하면서, ‘불기소’ 의견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연방수사국이 클린턴의 ‘수양 딸’로 불리는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과거 미성년자와 이른바 ‘섹스팅’을 주고받은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위너 전 의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는 29일 콜로라도주 골덴 유세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재수사 사실을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반대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 “법무부는 힐러리 비호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클린턴 진영은 연방수사국의 재수사 보도가 처음 나온 지난 28일 밤 아이오와 유세에선 “우리는 모든 사실을 모른다”며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29일 플로리다 유세에선 “선거 직전에 거의 정보도 없는 것을 내놓는게 너무 이상하다. 전례도 없고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코미 국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아직도 클린턴이 ‘정직하지 않다’며 마음을 완전히 열고 있지 않는 민주당 내 진보층과 젊은층의 이탈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도적 공화당원들이 이번 이메일 재수사 방침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쪽으로 결집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방수사국의 이번 재수사 방침으로 대략 1%포인트 정도의 지지율 하락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좁아지고 있긴 하지만, 클린턴이 4~5%포인트 정도 여유가 있어 아직은 트럼프가 판세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뉴욕 타임스>도 연방수사국이 대선 안에 기소하지 않는 한, 클린턴 당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플로리다 등 초접전으로 돌아선 일부 경합주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대선 압승 분위기를 업고 상원까지 되찾으려는 민주당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막판 ‘호재’를 만난 트럼프는 28일 뉴햄프셔 유세에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뉴스”, 29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선 법무부가 연방수사국의 재수사를 반대한 것을 두고 “이게 우리가 말한 이른바 조작된 시스템”이라며 기세를 올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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