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의 대표인 스티브 배넌이 ‘폭스 뉴스’에 출연한 모습.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7일(현지시각)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대표 스티브 배넌을 캠프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 개편을 꾀했지만, 본선에선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층을 잡는 게 중요한 본선에서 트럼프와 비슷하게 기성정치권에 전투적이고, 전국적 수준의 선거 경험도 전혀 없는 인물을 수장으로 앉혔기 때문이다.
우선 <브레이트바트>라는 매체뿐 아니라 배넌 대표도 극우에 가까운 보수적 성향의 행보를 보여왔다. <브레이트바트>는 고인이 된 앤드루 브레이트바트가 2007년 설립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브레이트바트는 진보적 성향이었지만 이후 보수적 성향으로 돌아섰고, 진보적인 정치인을 흠집내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만들어냈다.
배넌은 앤드루 브레이트바트가 사망한 뒤인 2012년 <브레이트바트>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배넌은 해군 출신으로, 한때 골드만삭스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보좌관으로도 일했으며, 오랫동안 트럼프의 측근으로도 일했다고 한다.
이번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브레이트바트>는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공화당 주류를 공격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당의 온건파들에 대한 공격에 앞장 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도 원수지간이다. 이 때문에 확실한 ‘친 트럼프’ 매체로 분류돼왔다.
트럼프의 이번 캠프 물갈이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준비된 원고’만을 읽으며 ‘막말 사고’를 예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위기 탈출을 위한 분위기 쇄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매체의 대표를 캠프 수장으로 앉힌 것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대선 경주를 자신의 방식대로 끌고가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배넌은 트럼프와 비슷하게 전투적이고 주저함이 없는 인물로 기성정치권을 맹공했다. 이런 ‘아웃사이더 언론’ 대표를 임명한 것이 ‘클린턴의 기성 정치’ 대 ‘반 기성 정치’ 구도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선대본부장을 맡았다가 이번에 ‘팽’당한 폴 매나포트(67)가 공화당 내 최고 선거전략가로 꼽히며 주류와의 가교 역할을 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역선택’의 의도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국 수준의 정치경험도 없고 리더십도 검증된 적이 없는 배넌을 캠프 수장으로 앉힌 것은 결국 ‘트럼프 정치’의 거울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을 잡는 게 중요한 본선 경쟁에서, 극우적인 인물을 캠프 좌장으로 앉힌 것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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