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선거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이토나비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무슬림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미국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당내 의원 후보 경선에 나선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내분을 수습하려 했지만,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펜스 부통령 후보는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언 하원의장과 매케인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아침 트럼프 후보에게 라이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다음주 화요일 예정된 예비경선에서 라이언을 지지하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가 지지 표명을 거부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펜스를 ‘트럼프의 사과 책임자’로 명명하며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펜스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펜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주류의 트럼프 공격은 이어졌다. 일찌감치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지금같은 방식으로 간다면, 절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며 정면비판했다. 깅리치는 “계속해서 실수하는 트럼프를 뽑을 정도로 클린턴이 나쁜 후보는 아니다”며 “트럼프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역시 핵심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몇 주간 트럼프의 행동에 매우 실망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플로리다주를 돌며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트럼프는 “우리 캠프는 매우 잘하고 있다. 이렇게 잘 통합되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분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미국 공화당 큰손인 메그 휘터먼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내 “트럼프의 선동정치는 미국 국민성의 뼈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 한달간 주로 소액기부를 통해 모인 모금액이 모두 8200만달러(약 913억원)로 클린턴 쪽의 모금액(9000만달러)과 근소한 차이라고 밝혔으나, 오랜 기간 공화당에 헌신해 온 재계 거물들이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며 공화당을 이탈하는 것은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1주일간 이어진 무슬림 비하 발언 논란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스뉴스>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49%로, 트럼프(39%)보다 10%포인트나 앞섰는데, 이는 직전 폭스뉴스 여론조사의 6%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트럼프가 전사자 가족(후마윤 칸의 부모)에게 한 비판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답해, 무슬림이었지만 전사한 참전군인이었던 칸 가족에 대한 트럼프의 비하 발언이 공화당 지지층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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