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EPA 연합뉴스
‘함께 더 강해지자’(Stronger Together)는 힐러리 클린턴의 호소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포부를 압도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공화당 전당대회가 지난주 치러진 데 이어, 25일부터 나흘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함께 더 강해지자’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는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선 후보가 탄생하는 순간이면서도,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당 통합’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힐러리 클린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클린턴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다양성을 보여줄 것”이라 예고했듯, 민주당 전당대회는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을 넘나드는 다양한 찬조연설자들이 나온다. 전당대회 주요 시간대 찬조연설자의 약 80%가 백인으로 구성됐던 공화당 전당대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첫날인 25일에는 이주민 인권운동의 상징인 아스트리드 실바, 이튿날에는 2014년 경찰에 숨진 흑인 에릭 가너의 어머니인 그웬 카 등이 연단에 오른다. 미국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민’, ‘동성애’, ‘총기 규제’ 등 사안도 주요 연설 주제로 다뤄진다.
전당대회 찬조연설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5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지지 연설에 이어, 지난 6개월간 경선을 치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무대에 오른다. 이튿날엔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셋째 날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등장한다. 특히 “미국 어디서나 폭력이 있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은,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정면으로 비판한 오바마 대통령의 찬조 연설 내용에 이목이 집중된다. 마지막날인 28일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 수락 연설과 동시에 자신의 딸인 첼시 클린턴을 소개할 예정이다.
클린턴 쪽은 이번 전당대회를 갈라진 당을 규합하려는 기회로 삼는 모양새지만, 당 안팎으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폭로 전문 매체인 <위키리크스>는 샌더스의 대선 캠페인을 방해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간부 7명이 주고받았던 이메일 내용을 폭로했는데, 이는 ‘통합’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클린턴에겐 악재다. 샌더스 캠프의 제프 위버 선거대책본부장은 “전국위원회는 후보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의 지지 연설과는 별개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클린턴이 샌더스 지지자들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경선 내내 클린턴은 ‘기득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엔비시>(NBC)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는 샌더스 지지자의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나흘간 웰스파고 센터 주변으로는 23개 단체가 집회 신고를 했으며, 이 중에는 샌더스의 지지자들 3만여명이 모인 시위도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에 앞서 있지만, 경선을 거치며 분열된 당을 통합하지 않고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통령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던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었던 건 민주당이 통합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클린턴 쪽은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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