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안팍에서 다시 비난과 지지 이탈을 겪는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1일 플로리다 탐파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선거유세 도중 미국 성조기를 껴안고 있다. 탐파/AFP 연합뉴스
워런을 포타혼카스라 불러 논란 자초
HP CEO, 히틀러에 비유하며 비난
트럼프, 당안팎 비난·지지 이탈 직면
HP CEO, 히틀러에 비유하며 비난
트럼프, 당안팎 비난·지지 이탈 직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확정 뒤 상승세를 타던 도널드 트럼프가 잇따른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또다시 당 안팎의 비난과 지지 이탈에 직면하고 있다.
10일 유타 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고위 공화당원 비공개 모임에서 메그 위트먼 휼릿팩커드 최고경영자는 트럼프를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비유하며 격렬히 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위트먼은 공화당이 선거에 이기려고 원칙에 타협한다면, 우려스런 영역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모임은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가 주최한 공화당 정치자금 기부자들의 연례 피정 모임으로 공화당 성향 유력 인사들이 참가했다. 앞서 9일 롬니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인종주의를 비난하며 자신의 반트럼프 입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공화당 최대 큰손인 찰스 코크 형제도 1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 선출을 위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을 후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럼프대학 사기 혐의 사건을 맡은 멕시코계 판사에 대해, 인종주의적 발언을 해 안팎의 비난을 불렀고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평균치를 집계한 결과, 트럼프는 지난 5월22일부터 25일까지 클린턴을 0.2%포인트 앞섰지만, 이후 역전돼 10일 현재 3.8%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트럼프는 10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유세에서 기존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에 ‘모든 국민’(for everyone)을 더해 ‘모두를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for everyone)로 수정했다. 트럼프는 또 흑인 젊은층과 히스패닉계의 높은 실업률을 거론하며 “(이들을 포함한) 모든 이를 위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 연설에서도 “그 누구도 자신의 인종이나 피부색으로 판단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하루도 못가 11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라고 불러, 또다시 인종주의 논란을 지폈다. 트럼프는 워런이 자신을 ‘인종주의 무뢰한’이라고 비난하며 사과하라고 한 요구에 대해 “좋다, 사과하겠다, 포카혼타스에게. 포카혼타스가 모욕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카혼타스는 미국 버지니아 지역에 처음 건너온 영국 이민자들을 도와준 인디언 원주민 추장의 딸이다. 이는 워런의 조상 가운데 인디언 혈통이 있음을 빗대 말한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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