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최고위 인사인 폴 라이언
“공화당 의제 입법 지원” 공개 지지
WP 사설 “추악함에 굴복, 슬픈 날”
WP 사설 “추악함에 굴복, 슬픈 날”
미국 공화당의 최고위 인사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각)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언은 그동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고, 그의 입장은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의 관계에서 시금석으로 주목받아 왔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한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대화를 통해, 트럼프가 국민 삶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공화당) 의제들을 법안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올가을 내가 그에게 투표하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도 올렸는데, “그와 내가 차이점이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며, 나는 내 생각을 계속 말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이견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공개 지지인 셈이다. 트럼프로선 공화당 후보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는 7월 대선후보직을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 의장을 맡을 라이언의 이런 입장 표명에 따라 공화당 주류 진영 인사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 선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던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사설을 통해 “(오늘은) 공화당과 미국에 슬픈 날”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월 라이언이 트럼프에 대해 “지도자는 통합과 절제의 기준을 가져야 하며, 추악함을 규범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라이언이 그 추악함에 굴복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가 공화당 이념의 입법화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점을 지지 이유로 내세운 데 대해, “비현실적이다. 지난 수년간 되는대로 입장을 바꿔온 트럼프에게 소신이란 건 없다”며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 지지없이 대선 후보를 차지한 만큼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에게 한 다짐들에 전혀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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