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외교정책에 대해 날선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전히 매파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이 직접 외교 정책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한 외교 정책구상 연설에서 트럼프를 향해 “대통령이 될 준비가 안 됐을 뿐 아니라 지식과 안정감, 엄청난 책임을 요구하는 대통령직에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동맹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동맹과 함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는 우리를 예외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맹의 이점을 설파하면서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가학적 독재자가 이끄는, 지구상의 가장 억압적 국가인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장관 시절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인 일본, 한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왔다. 여기엔 북한의 지도자들이 우리를 향해 무모하게 핵무기를 발사한다면 이를 격추할 수 있도록 미사일방어시스템(엠디) 구축이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그(엠디) 기술은 미국 것이며 그 중요한 부분은 일본 함선에 실려있다. 이들 3국이 모두 이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으며, 이달 우리 3국의 군대는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그것이 동맹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일 3국간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엠디 구축을 진행해왔음을 실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북한을 접수한 것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건 김정은이 삼촌(장성택)을 포함해 위협으로 여기는 모든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그런데 트럼프는 그것을 액션영화를 재생시키는 것처럼 그렇게 유쾌하게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허용론에 대해서도 “그가 핵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음을 인식이나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미국 예외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패권 유지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천안문 사태를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하는 등,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국과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의 발언들을 내놓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