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하원의장, 노선 수정 압박뜻
트럼프 “정책 바꿀 생각 없어” 반격
반트럼프 롬니-‘네오콘’ 크리스톨
트럼프 대체할 ‘제3후보’ 물색 시동
트럼프 “정책 바꿀 생각 없어” 반격
반트럼프 롬니-‘네오콘’ 크리스톨
트럼프 대체할 ‘제3후보’ 물색 시동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주류들은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 첫번째 시험대가 12일이다. 이날 트럼프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회동한다. 대선 후보를 거머쥔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공화당 거물이다. 라이언은 하원의장으로 공화당의 의회 지도자일뿐만 아니라, 공화당 보수주의 이념의 대표자이다.
회동 전망은 밝지않다. 라이언은 이미 지난 5일 “지금 시점에선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물론 지지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도 트위터에서 “나도 그를 지지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맞받아친 바 있다. 라이언은 지난 7일 트럼프와의 회동을 발표하면서 “올해 11월 미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공화당의 원칙과 아이디어”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표를 던져 내가 거의 모든 주에서 압승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대충 얼버무린다면 자신으로서는 “대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는 회동에 앞서 공화당 주류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모든 것을 협상하겠으나, 나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없고,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내가 말한 것 때문에, 내가 말하는 방식 때문에, 나를 지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기성 주류들은 내가 후보가 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의 지지는 11월(대선)에 내가 승리하는 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자신의 스타일과 정책을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보인 것이다.
라이언 등 공화당 주류 역시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책과 노선을 좌초시키는 트럼프를 그대로 받아들일 여지도 없다. 12일 회동은 공화당 전국위 등 당료집단들의 성화로 주선됐다. 실무 당료들은 11월 대선에서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하원 의원이나 주지사 등 선출직 공화당원들은 트럼프의 노선과 스타일이 자신들의 선거에 독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화당에 돈을 내는 당 밖의 큰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트럼프의 노선과 스타일로 장식되는 공화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공화당 이념을 보수주의로 확립해 온 네오콘 등 보수주의 운동 세력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순간 반세기 이상 지속해온 자신들의 운동이 와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알 카르데나스 미국보수연합 전 의장은 “우리가 보수주의 운동의 근본적인 힘, 즉 이념과 가치, 원칙들을 버린다면, 정치 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운동은 선거 패배에도 살아남지만, 목적을 상실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네오콘 등 보수주의 운동 세력 사이에서는 무소속 대통령 후보나 제3당 결성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오콘의 대부 윌리엄 크리스톨이 트럼프 반대에 앞장선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지난 5일 만나 제3후보를 내놓는 방안을 거론했고, 롬니가 나서달라고 부탁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제3후보를 내는 것은 공화당을 대선에서 필패케하는 움직임이나, 보수주의 운동 세력으로서는 운동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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