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수장 제프 세션스
경력·전문성 떨어져
정책구상 ‘핸들’ 쥐기엔 역부족
경력·전문성 떨어져
정책구상 ‘핸들’ 쥐기엔 역부족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그의 외교안보팀 참모들은 몇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있는데 숨기고 있다기보다는 없기 때문에 공개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워싱턴의 내로라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이른바 주류 쪽 후보 캠프에 합류해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 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그의 외교안보 현안 발언은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이런 모습을 본 언론들이 ‘도대체 참모가 누구냐’고 집요한 질문을 할 때마다 그는 “내가 외교 전문가”라는 말로 비켜나갔다. 그만큼 전문가를 구하기가 어려웠단 얘기다.
트럼프는 지난 3월21일 <워싱턴 포스트> 경영진 및 편집팀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위원회’라는 이름의 캠프 조직을 소개하며 위원장과 5명의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여전히 이 인사들이 중심이 돼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안보팀 수장을 맡고 있는 제프 세션스 연방 상원의원은 명실상부한 트럼프의 핵심 참모로 꼽힌다. 트럼프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지난 2월, 연방 상원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트럼프의 지난 4월말 외교정책 연설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션스도 외교안보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 앨라배마주 검찰총장 출신인 그는 지난 17년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현재는 군사위 전략군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만한 경력은 없는 셈이다. 그가 입장을 내놓은 현안들도, 불법이민자 문제나 국경보안 문제, 테러리즘 등에 한정돼 있으며 강경 보수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와 ‘코드’가 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지난 3일 인디애나주 경선 승리 뒤 첫 감사의 대상으로 세션스를 꼽을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가 트럼프의 외교안보 구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지역구에 두고 있어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했지만,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뒤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세션스는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본인은 법무장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외교안보 참모로는 트럼프가 “대테러 전문가”라고 평가한 왈리드 파레스 미국 국방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레바논 태생의 파레스는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의 고문을 지냈으며, 중동 문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또 당시 에너지업계의 중역인 카터 페이지 글로벌에너지캐피털 창립자와 벤 카슨 참모 출신의 조지 파파도풀로스 허드슨연구소 에너지안보 분석가 등을 외교안보 전문가로 거론했는데, 에너지 분야에만 한정돼 있어 전통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국방부 감찰관을 지낸 조 슈미츠, 육군 중장 출신의 정보기술 기업 고문 키스 켈로그 등도 합류해 있다.
전반적으로 중량감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눈에 띄지 않고, 이 때문에 트럼프가 평범한 미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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