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대통령(president)의 철자를 따 감옥행(prison-dent)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클린턴을 감옥으로”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3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가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도날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 트럼프는 이날 “믿을 수 없는 날”(Unbelibable day)라며 승리를 만끽했지만,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오히려 우려가 더해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가 미국의 양당체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사설을 통해 “이제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 “공화당이 자살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시정잡배의 언어로, 상대방을 향해 거침없는 막말을 퍼부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조롱이나 허위 사실을 막무가내로 주장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는 트럼프의 막말 모음(Trump’s greatest insults)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1. “한국은 미쳤다”
-2015년 10월12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정치단체 ‘노 라벨스’(No Labels)가 트럼프를 초청한 행사에서 트럼프가 “한국은 미쳤다.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해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허위 주장을 펴자,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한인 유학생인 조셉 최가 질문을 통해 이를 반박한다.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매년 8억6100만달러를 미국에 지급하고 있다”고 하자, 트럼프가 말을 끊고 “한국인이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이 학생은 “텍사스주에서 태어났고(미국 국적) 콜로라도주에서 성장했다. 내가 어디 출신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실을 바로 잡자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트럼프는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에 비하면 한국이 내는 돈은 푼돈에 불과하다. 한국은 부자나라”라며 막무가내식 주장을 계속 폈다.
2.“켈리(여성)의 눈에서 피가 났다. 신체 어디에서도 피가 났을 것”
-2015년 8월 <폭스뉴스>가 진행한 TV토론에서 여성앵커 메긴 켈리가 과거 트럼프의 여성비하 전력을 공격하자, 토론회 뒤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는 걸 봤다. 아마 신체 다른 어디에서도 났을 것”이라고 막말. 이후 트럼프는 올해 1월 <폭스뉴스>의 TV토론을 거부하는 등 대립하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참패하자 다시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지난 4월 초,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회장의 주선으로 켈리는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트럼프에게 인터뷰를 제안하는 등 서로 화해했다.
3.“멕시코 이민자들, 성폭행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들을 가리켜 “성폭행범이자 마약범죄자가 있다.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 일으켜
4. “매케인은 전쟁영웅 아니라, 베트콩에 붙잡혔을 뿐”
-지난해 7월18일 아이오와주 보수단체 행사에서.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전쟁영웅’이자, 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화당 지지층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해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트럼프는 전쟁포로를 모욕했다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존 매케인은 지난 1967년 항공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출전했다가 포격을 맞고 추락해 5년간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고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베트남이 그에게 외부 선전 목적으로 조기석방을 제안했으나, 그는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인 수칙대로 본인보다 먼저 잡힌 포로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먼저 나갈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5. 상대 후보 향해 거침없는 막말
1) 린지 그래험 공화당 상원의원
-“민간기업에 취업도 못할 사람”, 연설 도중 그래험 개인 핸드폰 번호 공개하며 “전화번호 알려줄테니 전화해 보라”
2)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미시간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것을 두고 “X 됐다(she got schlonged)”라고 표현해 논란. ‘schlong’은 뱀이나 발기된 남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이디시어(Yiddish, 동부 유럽에서 쓰이던 유대어) 명사다.
-또 지난해 12월 민주당 TV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잠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복귀가 늦은 것을 두고 “나는 클린턴이 어디 갔다왔는지 안다. 하지만 너무 역겨워서 이를 밝힐 수가 없다”고 조롱
6. 장애인 비하
-지난해 1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집회에서 팔을 자유롭게 못 움직이는 관절구축증 장애가 있는 <뉴욕 타임스> 소속의 세르지 코발레스키 기자가 9·11 테러 당시 뉴저지의 무슬림 수천명이 환호하는 것을 봤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한 기사를 쓴 것에 대해 이 기자의 장애를 조롱
7. 오바마 조롱
-유세에서 오바마를 향해 자신의 유행어인 “You’re fired”(너는 해고야)라고 외침. 이 유행어는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엔비시>(NBC)에서 트럼프가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견습생>(The Apprentice)에서 트럼프가 참가자를 탈락시키면서 쓰는 용어다.
<오브라이언쇼, 트럼프 풍자>
또 얼마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쇼에서 트럼프를 풍자하기도 했다. 이 쇼의 소재가 된 상황은 트럼프가 지난해 8월 아이오와주 유세 도중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최대 스페인어 TV 방송사인 <유니비전>의 유명 앵커 호르헤 라모스가 중남미 출신 등 외국인 부모들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제도(속지주의)를 폐지한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자, 트럼프가 질문을 막고 내쫓기까지 한 것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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